밀서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밀서리의 추억을 떠올리며
  • 지정운
  • 승인 2011.06.13 09:56
  • 호수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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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성 골약초등학교 교감


지난해 가을 학교 텃밭에 뿌린 밀 씨앗이 한파와 겨울 가뭄을 이기고 통통하게 살이 올라 풍성한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일 골약초등학교 어린이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정성껏 가꾼 밀을 수확해 전교생 80명과 병설유치원 어린이 19명이 참가한 가운데 추억의 ‘밀 구워먹기’ 체험을 했다.

밀 구워먹기 체험은 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생각을 파노라마처럼 살아나게 했으며, 한편으로‘우리 아이들은 지금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란 궁금함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구울 것인가?, 어떻게 비빌 것인가?

아이들은 밀을 베기 전 밀밭에서 몇 번이고 연습을 했는데도 열심히 비벼서 후-불어보면 애걔걔 겨우 밀알 몇 톨만이 손바닥에 남았다. 그래도 한 ‘볼태기’인 것 마냥 털어 넣는다.

유치원생과 1, 2학년은 아예 밀 이삭을 붙들고 손톱으로 한 톨씩 빼어서 먹는다. 아이스크림, 피자보다는 맛이 더 할까마는 야금야금 씹는 모습들이 정말 앙증스럽고 귀여운 모습들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운 밀 이삭을 집에 가져가도 되냐”며 비닐봉지에 담는 고사리 같은 손길에 담긴 마음은 온 누리를 포근하게 덮어주고도 남을 넓은 마음이었다.

  온 ‘낯바닥’이 온통 검댕이가 되든 말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맑은 모습들이 너무 아름답다. 오늘 만큼은 학원, 영어, 수학, 학업 성취도 평가 이런 머리 아픈 것들에서 완전히 해방된 날이다. 이번 체험이 내 어릴 때의 소중한 추억처럼 이 아이들에게도 오랫동안 간직하며 잊혀질 만 하면 열어보는 추억 만들기의 앨범이 되었으면 한다.    

정문성 골약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