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못 다한 선행, 우리가 이을 것”
“아들이 못 다한 선행, 우리가 이을 것”
  • 이성훈
  • 승인 2011.07.18 09:30
  • 호수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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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 중 익사한 고 임정식 씨 유가족

조의금 백운장학금 기탁 “아들 의로운 죽음 헛되지 않게…”

“어려서부터 남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각종 봉사활동 등을 통해 항상 이웃과 함께 살려고 했던 착한 녀석이었습니다. 이렇게 허무하게 우리 곁을 떠나다니…”. 영정 속에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볼수록 유가족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450mm 가까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던 지난 주말. 고 임정식 씨는 월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4시 경 실종 신고 된 김 모 씨를 수색하던 중 광양읍 초남교 수중보 아래에서 급류에 휘말려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고인은 이날 밤 9시 40분 실종지점 50m아래에서 발견됐다.  

올해로 서른인 고 임정식 씨는 광양이 고향으로 포트엘에 근무하며 수중정화활동 전문 봉사단인 ‘클린오션봉사단’, 자율방범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하사로 입대해 중사로 전역한 고인은 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주변 사람들이 어려움이 처했을 때도 항상 소매를 먼저 걷어붙이고 도와주려는 사람이었다. 자격증도 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자격증을 비롯해 중장비, 축구심판, 스쿠버 자격증 등 열 개가 훨씬 넘을 정도로 다재다능했다. 

임상수ㆍ강은희 씨 사이 3형제 중 둘째인 고인은 신혼의 단꿈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결혼 한지 넉 달 만에 사랑하는 아내를 남겨두고 세상과 이별해 가족들의 충격은 더욱더 크다. 고인의 아버지 임상수 씨는 “아들이 너무나 착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이웃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아이”라며 “마지막까지 좋은 일을 하려다 그만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게 됐다”고 통곡했다. 

어머니 강은희 씨는 “거리에 노숙자들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빵을 사다 주는 등 이웃 사랑이 각별한 아이였다”면서 “남이 부탁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책임감이 강해 맡은 일은 꼭 마무리하려는 성격이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아들의 뜻을 이어 받아 고인이 이루지 못한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키로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백운장학금 기탁이다. 가족들은 평소 아들이 베풀려고 했던 선행을 이어받아 조의금 500만원을 백운장학회에 기탁하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어머니 강은희 씨는 “아들 장례가 끝난 후 삼우제를 치르기 전 조의금을 백운장학회에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가족들에게 물어봤더니 남편과 아이들이 흔쾌히 동의했다”면서 “아들이 영원히 떠나기 전 그 뜻을 기리고 싶었다”고 심정을 전했다.  

가족들은 장례를 마치기까지 헌신적으로 도와준 (주)포트엘 직원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강 씨는 “포트엘 사장님, 전무님, 직원들이 모두 내일처럼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특히 백경훈 노경협의회 대표님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소원은 아들이 의사자로 인정받는 것이다. 강 씨는 “국회의원님, 시장님이 의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면서 “아들이 명예를 찾아 편안히 갔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가족들은 이제 제2의 삶을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 임상수 씨는 “이제 아들이 못다한 이웃 사랑 실천을 우리들이 이어 받을 것”이라며 “결식아동, 주변 어려운 사람들을 더욱더 살펴보고 그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붉게 충혈된 채 눈시울을 적힌 아버지 임상수 씨는 “아직도 모든 것이 꿈만 같다”면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못하고, 볼 수 없는 내 자식을 보고 싶어서 기나긴 나날을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