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의 나라 독일을 가다 ②
환경과 에너지의 나라 독일을 가다 ②
  • 광양뉴스
  • 승인 2011.10.10 09:43
  • 호수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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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의 기후중립화 리노베이션

▲ 유현주 전라남도의원
8월의 마지막 날 우리가 찾은 곳은 베를린 에너지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의 리노베이션(건축의 증축ㆍ개축ㆍ이전ㆍ대수선ㆍ용도변경 등)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 현장이다. 베를린 에너지청은 ‘인펄스2’라고 불리우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의 기술과 정보를 알리고 시민들로부터 아이디어도 제공받는 등 리노베이션 사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베를린 폭격 후 1950년대 후반까지 시민들의 주거공간이 절대 부족하게 되자, 당시 베를린시장 이었던 빌리 브란트는 ‘시민에게 집을!’ 이라는 슬로건으로 1963년부터 1974년까지 7만 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1961년 분단으로 베를린 장벽이 생기자 계획했던 규모보다 축소됐지만 서베를린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주거단지다.
그러나 40여년이 지났기 때문에 건물이 노화되고 에너지 낭비가 심해져서 이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게조바우’라는 기업은 베를린 에너지청이 100% 출자한 우리나라로 치면 토지주택공사 개념의 건축회사로 베를린시에만 6개사가 있고 27만 가구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리노베이션 비용은 국책은행에서 2%대의 저리로 대출해 10년 정도면 상환이 가능하다.

먼저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단열이다. 친환경 미네랄로 만든 8cm 두께의 단열재를 벽면과 천장에 부착해 열손실을 막고, 모든 창문은 이중, 삼중창으로 바꿔 보온효과를 높인다. 그리고 개방되었던 건물 출입구도 현관문을 달아 열효율을 높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난방도 중앙난방식이지만 개별 조절이 가능하도록 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주민들이 집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다양한 숙박시설이나 친척집, 또는 그냥 자신의 집에서 지낼 수도 있다. 2주간의 이주비용은 실비로 지급된다고 한다.

독일의 임대시스템은 ‘칼트미테(kaltmiete)’라는 차가운 임대료, 즉 건물임대료와 ‘암미테(warmmiete)’라는 따뜻한 임대료, 즉 난방ㆍ전기ㆍ수도ㆍ쓰레기처리비용 등 운영관리비로 나뉘는데, 집수리 후 건물임대료는 늘어나는 반면 운영비는 줄어들어 실질적인 부담은 월18유로(약2만7천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독일은 지난 10년간 집값 상승률이 평균 1%로 소유의 개념보다는 주거의 개념이 크다. 임대료의 경우에도 3년에 2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단다. 상승폭이 너무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미트슈피겔(집세거울)이라는 제도를 통해 집세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되어 있어 함부로 올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독일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다시 한 번 감탄하고 말았다.

20년만 되면 재건축이다, 재개발이다 해서 갈 곳 없이 쫓겨나거나, 전월세 폭등으로 맘 놓고 발 뻗을 보금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우리 서민들을 생각할 때 독일의 리노베이션 사업이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집’은 불로소득의 원천이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들이 편히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우리나라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주거정책의 새로운 전환이 곧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