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트가르트21 반대 “공원지킴이”
슈트트가르트21 반대 “공원지킴이”
  • 광양뉴스
  • 승인 2011.10.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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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에너지의 나라 독일을 가다 ④
▲ 유현주 전라남도의원
슈트트가르트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주도로써 자동차공업의 선진도시이다. 이 도시에는 1997년부터 슈트트가르트 중앙역의 개조와 선형변경을 중심으로 하는 ‘슈트트가르트21’(이하 S21) 프로젝트가 시행되어 왔다. 중앙역의 선형을 90도 변경함은 물론 철로를 지하로 매설해 프랑스 울름까지 연결하는 대형건설사업이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조용히 추진되던 10여년간 시민들은 S21이 숲과 공원을 없애고 아름다운 슈트트가르트의 경관을 관광객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환경운동단체들이 6만 7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정부에 청원했지만 서울시 무상급식운동처럼 시민들의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때부터 S21에 반대하는 ‘공원지킴이’ 활동이 시작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11월,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한다.

S21 반대 운동을 하는 ‘공원지킴이’ 대표 겝하드씨를 만났을 때 그는 전반적인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브리핑함과 동시에 공원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중요한 몇 가지 ‘조언’을 주었다. 이 조언이 매우 일반적인 것이면서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기에 ‘백운산 지키기’를 하고 있는 광양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S21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특히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부분을 면밀하게 살펴라.
전쟁 폭격 이후 다른 도시와 다르게 슈트트가르트에는 문화유산이 될 만한 오래된 건물이 2개 밖에 남지 않았고, 그 중 하나가 중앙역사이다. S21로 그 건물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중앙역의 공원은 2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300그루나 있는 녹지로 시민들이 일광욕도 하고 소풍도 나오는 중요한 쉼터인데 이 쉼터가 인공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지하수가 풍부한 슈트트가르트에서 철로를 지하로 매설하게 되면 수맥이 끊겨 보기 흉한 수도관들이 도심 곳곳에 세워지게 된다. 공원지킴이는 위와 같은 문제들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진정으로 높아진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대다수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둘째,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라.
공원지킴이는 인터넷 홍보활동을 열심히 한다. 더불어 사진을 활용한 유인물과 엽서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전물을 만들 때, 한 눈에 봐도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있게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S21 사업 전과 후를 비교하게 만들었다. 현재 기차를 타고 슈트트가르트를 지날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관과 7조원의 예산을 들여 지하로 매설된 철도를 따라 캄캄한 터널만을 지나게 되는 비교 사진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셋째,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
정부의 사업에 반대하게 되면 일단 언론의 공격이 있게 마련이다. 이 공격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명확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중앙역사는 전쟁 이후 급하게 건설하느라 지금의 여느 건물처럼 화려하고 깨끗하지는 않다. 하지만 공원지킴이들은 중앙역사를 허물고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조금만 리모델링하면 깨끗한 건물을 만들 수 있고,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환경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공원도 지키고, 건물도 살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공원지킴이’ 활동 중에 재미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회원모집이다. 회원은 4등급으로 나누어 모집하는데, 1등급:서명에만 동참, 2등급:10만이 모이는 집회 참석, 3등급:문자를 보내면 합법적 집회에 참석, 4등급:다소 과격한 집회라도 경찰에 연행이 될 것을 각오하고 참여할 사람으로 한단다. 현재 4등급 회원이 3만명을 넘어섰다는 말에 우리 모두는 4등급이라고 하자 겝하드씨가 너무 좋아하며 함께 웃었다. 

위와 같은 조언은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백운산지키기’는 오랜만에 광양 시민 대부분이 동의하는 함께할 수 있는 주제이다.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목표로 하는 바를 하루빨리 이루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