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제
축 제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10.09 09:31
  • 호수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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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디잘게 부서져
하이얀 모래가 될 지언정
시퍼런 쇠창살 독기에 맞서
방울방울 엮었던
한 시인의 붉은 피
그 순수의 부르짖음을
결코 잊지 않았다
 
 
보라
망덕을 끼고 흐르는 저 섬진강 물줄기를
때로는 분노로 희게 부서지고
때로는 정으로 보듬어도
정작 기억할 것은
제 몸에 생채기를 내서라도
결코 잊지 않는다
잊지 못해 끝내 가슴으로 담아둔다
 
 
오늘 바로 그 현장
정병욱님 유택앞에서
멈추었던 시간들이
기다린듯 빠르게 돌아서지 않는가
이제 그날의 시가 빛으로 되살아나지 않는가
강바람 타고 강바람 타고
저렇게 저렇게
모두의 마음이 축제의 환희로 솟구치지 않는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했던 님의 당당함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
했던 님의 향기가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님의 올곧음이
급성 전염병처럼 퍼져나면
이곳은 정녕 한마당의 축제
 
 
섬진강은 결코 잊지 않았다
그 어둠의 긴 세월
초롱초롱 빛났던 별을
시대의 잔혹한 무게를
십자가에 못박히며 이겨내신 님이기에
우리 모두의 가슴 가득 문신으로 남기기 위해
끝내 잊지 않았던 것이다
윤동주님을…
오늘의 이 축제가 있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