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지키기 성과와 과제
백운산지키기 성과와 과제
  • 박주식
  • 승인 2011.11.07 09:57
  • 호수 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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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법인화되면서 백운산이 무상양도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를 저지하기위해 결성된 백운산지키기시민행동이 출범 4개월여를 맞고 있다. 그동안 시민행동의 백운산지키기운동에 대한 활동을 되돌아보고 이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실무자ㆍ시민의 참여 이끌어 내는 운동
사심없이 진심을 다하는 운동으로 마무리

백운지키기시민행동의 출범과 활동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은 지난 4월 서울대 법인화에 따른 백운산 문제 논의가 처음 시작되면서 태동했다. 5월엔 몇몇 뜻있는 시민사회진영 인사들이 대책위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갔고, 6월 들어 백운산 지키기 준비위를 결성, 공동대표와 실무위원 등 구체적인 조직을 구성했다.

이후 여덟 차례의 시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회의와 간담회를 거쳐 7월16일 광양읍 서천변에서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본부가 출범했다.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은 출범과 함께 백운산 무상양도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해 4만여 명의 서명을 받으면서 대 시민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또 8월엔 백운산 지키기 광양시민등반대회, 중앙부처 방문 백운산 무산양도 반대 의견서 전달에 이어 9월엔 백운산 무산양도의 문제점에 대한 국회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개최해 백운산 무상양도의 문제점을 대내외에 알렸다.

시민행동은 9월 국유재산 무상양도 반대 서명부를 청와대와 국회, 기재부, 교과부, 서울대 등에 전달했다. 또 600여명이 시민이 집단상경해 서울대 정문에서 ‘백운산 무상양도 광양시민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서울대의 백운산 무상양도 책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강력히 항의했다. 이후 시민행동은 광양읍 서울대 학술림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읍면동별 릴레이 목요집회를 계속해 오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와 백운산 무상양도

서울대의 법인화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서울대학교에 법인격을 부여해 국가의 행정조직으로부터 분리시켜 조직ㆍ인사ㆍ재정 등에서 독자적ㆍ자율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 법인화는 1995년 이수성 총장의 ‘서울대 미래상’에서 서울대 법인화 물꼬를 텄다. 2002년엔 정운찬 총장이 서울대 법인화를 적극 추진하고 나섰으며, 2008년엔 이장우 총장이 취임공약으로 내세웠고 2009년 법률안 제출에 이어 2010년 12월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립대인 서울대가 법인화 되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이 문제만으론 지역에선 크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서울대 법인화법과 시행령이 지금까지 서울대에서 학술림으로 관리하고 있는 국유재산을 교과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서울대에 무상양도’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유재산인 백운산이 서울대 소유로 이전될 우려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태는 급변했다.

백운산이 사유화된다면 지역민에게 커다란 상처와 상실감을 안겨줄 것이 명약관하하며 시가 운영 중인 백운산 자연휴양림도 안정적 운영이 불투명 하다는 것이 시민행동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백운산을 서울대로부터 지키기 위해 발족된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은 서울대의 백운산무상양도 철회를 요구하며 백운산 지키기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백운산 지키기 운동의 다른 견해

하지만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을 지켜보는 이들 중엔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놓고 말하자니 공적이 될 것 같고 그냥 있자니 가슴만 답답한 상황이다. 백운산을 누가 소유하든 백운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광양시민이 지금과 같이 이용할 수 있는데 정부소유든 서울대 소유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백운산지키기 운동을 두고 특정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함께 서울대 법인화 얘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법인화법이 통과되고 이 상황이 될 때까지 정치권은 도대체 무얼 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서울대 남부학술림 캠퍼스의 정체다. 9월 26일 서울대 이승종 부총장 일행이 광양을 방문해 이성웅 시장과 오찬을 겸한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남부학술림 중심의 캠퍼스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현 시점에서 남부학술림 중심의 캠퍼스 논의는 진정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먼저 서울대가 백운산 무상양도를 포기한 연후에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전해들은 시민행동 역시 남부학술림 캠퍼스 제안을 지역민을 현혹시키는 것이라 판단하고 무상양도를 포기하는 순간까지 반대투쟁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일은 엉뚱한 곳에서 커지고 있다. 한 지역 언론이 남부학술림 캠퍼스제안을 달리 해석하고 서울대 광양 백운산 캠퍼스 유치위원 모집공고를 내걸고 나섰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서울대가 제안하고 있는 남부학술림 캠퍼스의 규모다.

사실 서울대 백운산 캠퍼스가 정말 들어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오히려 반겨 맞을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남부학술림 캠퍼스는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광양을 방문한 이학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시민행동 측에 구체적인 안을 전달하려했지만 간담회가 이뤄지지 않아 다음에 자리를 마련해서 지역주민대표와 소상히 얘기하겠다”며 남부학술림 캠퍼스에 대한 공개를 다음으로 미뤘다.

서울대가 백운산과 지리산 무상양도를 반대하는 광양과 구례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한 남부학술림 캠퍼스 제안이더라도 그 규모가 주민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면 백운산지키기 운동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남부학술림 캠퍼스가 알맹이는 없고 정말 주민들을 우선 달래기 위한 제안이었다면 서울대는 더 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백운산지키기 운동의 과제

지난 1일 광양을방문한 신형철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심의관과 이학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오는 28일 서울대 법인 출범을 공식화했다. 기재부는 이때에 맞춰 서울대 법인에 학술림중에서도 필요한 부분만 양여하고 나머지는 국가소유로 계속 가져간다는 취지로 교과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지난 7월 시민행동 출범이후 광양의 최대이슈는 백운산 지키기였고 시민행동은 백운산 지키기 운동을 잘 이끌어 왔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시민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백운산지키기 운동이 실무자 중심의 운동이기보단 대표자 중심의 운동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는 얼굴마담역할이고 일은 실무자들이 대부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백운산지키기운동은 실무자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고 언제나 대표자들만이 바쁘게 움직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무자들은 일뿐 아니라 참여까지도 이끌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조직원”이라며 “이제부터라도 백운산지키기 운동이 실무자중심의 운동, 시민의 참여를 더욱 이끌어 내는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행동은 그동안 백운산을 지키기 위한 일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왔다. 이제 남은일은 그동안의 노력을 성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 성과가 어떤 것이 돼야하는지에 대해선 또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정답은 ‘진인사대천명’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으나 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나선만큼 한 점의 사심 없이, 요행을 바라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면 시민들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되더라도 박수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