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문중도 ‘나 몰라라’ 외면
시도 문중도 ‘나 몰라라’ 외면
  • 지정운
  • 승인 2011.11.14 09:19
  • 호수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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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 공원 ‘영모제’ 일부 붕괴

▲ 한쪽이 무너진채 방치돼 있는 영모제. 시도 문중도 관리를 외면하고 있는 아쉬운 현실속에서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의 비웃음 소리만 커져가고 있다.
매천 황현 선생의 묘소가 있는 매천 공원 옆 영모제가 무너지며 광양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
광양시는 매천 황현 선생의 삶과 정신을 조명해 지역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1999년 매천 황현 선생 유적지 현창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1월까지 사업을 마무리 했다. 진입도로 개설과 매천 생가 건립, 매천 역사공원 등의 사업에 투입된 예산만 22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 발자국 옆 사당인 ‘영모제’는 지키지 못했다. 지난 여름 쏟아진 비로 인해 영모제 건물의 좌측 뒷부분 1칸 정도가 무너졌고, 쏟아져 내린 기와더미와 나무 기둥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나뒹굴며 찾아오는 탐방객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시민 김모(60ㆍ광양읍)씨는 “지역의 역사 인물의 숨결이 살아있는 매천 유적 공원을 찾았더니 고작 보여주는 것이 무너진 사당”이라며 “이래서야 어찌 광양의 문화와 정신이 온전히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한탄했다.

김 씨는 “사당이 무너진 것도 그러려니와 사당 출입문도 뒤틀리고 굳게 잠겨 있는데다 담도 군데 군데 허물어져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공원을 조성한 시가 왜 사당은 이렇게 방치하는지 알 수 없다”고 시를 원망했다.

뿐 만 아니다. 사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돌을 바닥에 깔아놓은 것이 아니라 작은 자갈을 깔아놓았다. 그 옆에는 지정 폐기물로 엄격히 관리되어야 할 폐콘크리트 더미가 흙에 반쯤 묻힌 채 방치돼 있다.
매천 사당이 무너진 채 방치돼 있는 것에 대해 광양시는 “원칙적으로 시 소유가 아닌 사유 건물에 시비를 투입할 수 없으며, 시의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따가운 지적에는 적잖이 불편해 하는 눈치다.
사실 광양시도 이곳을 매입해 기존 사당 건물을 헐고 대신에 매천 선생과 그의 아우를 모시는 ‘성인사(成認司)’건립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의 면밀한 준비과정이 부족했음을 드러내는 결과만 초래했다.

시는 당초 성인사 건립 계획을 세우며 국비 1억5천만 원에 시비 3억 5천만 원을 보탠다는 계획을 세우고 보훈처에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구례에 매천사가 이미 존재하는 까닭에 중복 지원을 할 수 없다며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했고, 이 계획은 난관에 봉착해 표류하는 형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시는 영모제의 관리 책임을 문중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이 곳은 황씨 문중에서 소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곳을 관리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당 관리인으로 알려진 황모씨는 “시에서 공원을 조성하면서 사실상 시가 관리하는 것 아니냐”며 “시에서 사당과 부지를 매입해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황씨 문중과 광양시가 관리를 포기한 가운데 영모제는 허물어져 가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