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
빛나는 졸업장
  • 광양뉴스
  • 승인 2012.02.27 09:28
  • 호수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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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단상

복향옥 작가
‘제77회 봉강초등학교 졸업을 축하합니다. 김민서ㆍ유준선ㆍ김의환ㆍ이성현ㆍ김은서’ 졸업식장에 걸린 플랜카드다. 무슨 큰 상이라도 받는 아이들의 명단이 아니다.

늘 보아왔던 우리는 “올해는 좀 줄었네~”하며 넘길 일이지만, 새로 부임해 오신 면장님의 표정은 ‘어이없음’이다가 차츰 ‘스마일’이더니 내내 ‘즐거움’ 이었다. 이런 미니졸업식은 처음이라시며 연신 웃음과 박수로 바라보시니 옆에 앉은 내가 더 신이 난다.

졸업생과 재학생의 추억들을 담은 영상을 보는데 앞에 앉은 성현이가 고개를 떨군다. 졸업식장에서 울지도 모르겠다는 성현이 엄마 말을 들었던 터라, 성현이가 우나보다 싶으니 덩달아 내 눈에서도 눈물이 솟는다.

통학차량과 도서실을 담당하며 아이들 속에 살아온 성현엄마 최은희나, 방과 후 코디네이터로 선생님 보조 역할을 빈틈없이 해온 은서 엄마 백형미와는 비교가 안 되게 설렁설렁 학교를 드나드는 나지만, 마치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면 내 아이가 졸업하는 것처럼 감격해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공교롭게도 이 아이들한테만 가까이 간 적이 없었다. 올해 6학년이 되는 아이들부터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기 때문에, 만나면 어디서든 거침없이 껴안을 수 있지만 민서, 준선, 의환, 성현, 은서와는 살가운 느낌이 덜 했던 것 같다.

다만, 5년여를 지내면서 이들의 순수함과 선함과 열심이 나를 끌어당겨 오늘 이 감격을 누리게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영상속의 아이들은 모두 행복, 그 자체였다. 들에 살고 산에 사는 아이들이지만 형제 같은 친구들과 부모 같은 선생님들과 함께 누비는 산과 들은 또 다른 꿈의 동산이었으리라.

집에서 부모님 도와 늘 만지는 흙덩이지만 학교 뒷마당에 화단처럼 자리한 텃밭을 일구는 게 재미백배였을 것이고, 여름이면 언제나 개울이 놀이터가 되지만 전교생이 뒤엉켜 자맥질하던 백운산 풀장은 호화로운 워터파크가 부럽지 않았으리라. 3, 4, 5, 6학년이 함께 떠난 수학여행도 특별한 추억이 되어 훗날 기억의 창고에 보물로 자리하리라.

선생님들의 다감한 표정에서 사랑을 읽으니 또 눈물이 난다. 그저 내가 교사니까, 담임이니까, 내 할 ‘일’이니까, 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챙기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교사의 자세를 본다.

‘성심성의껏’ 이라는 말의 의미를 그분들에게서 본다. 특별히 만기가 돼서 떠나시는 박상수ㆍ박인순ㆍ박상미 선생님과 병설유치원 이정경 선생님께 진실한 마음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분들에게 있어 봉강초가 다만 ‘일터’가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그분들 또한 그냥 ‘선생님’이 아니라 정을 나누고 웃음을 나누고 고심을 나누었던 가족과 같은 존재였음을 표하고 싶다.

4년 동안, 사랑이 부족하든지 물질이 부족하든지 필요한 것을 감지하고 그것을 채워주려 애쓰신 그 분들의 노고를, 우리 봉강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언제나 기억할 것이며 어디 계시든 빛과 소금이 되실 그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노래를 만드신 윤석중 선생님 시절엔 분명 졸업장이 보석처럼 빛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방 무렵이었으니 특별한 증서가 되는 졸업장이었을 것이다. 요즘 그 노래를 부르며 졸업장의 의미를 되짚는 아이나 부모들은 몇 이나 될까, 새삼 생각하다가 오늘 나는, 네 분 선생님께 그 ‘빛나는 졸업장’을 드리기로 한다.

‘귀하는 꿈과 사랑과 용기와 오래 참음으로 우리 봉강의 별들을 다듬어 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졸업장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