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규 자유기고가]마을의 매력, 사람의 향기
[박두규 자유기고가]마을의 매력, 사람의 향기
  • 광양뉴스
  • 승인 2012.07.02 09:29
  • 호수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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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 계곡, 기두, 와룡, 관동, 검단, 석교 마을

산과 물이 좋아 용이 산다

말안장 모양을 한 마로산은 사방이 탁 트여서 백제시대 산성이 축조되었고 마로현의 중심을 이뤘다. 바다와 내륙으로 드나들기에 좋아 청동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이곳에 광양만으로 들어오던 뱃길은 일찍 끊기고 국도2호선이 뚫리면서 섬다리 건너 삼거리에 집들이 들어섰다. 철도는 검단 마을을 일찍이 동강내고, 최근에는 강정 마을로 세 개의 터널을 내면서 주택을 철거했다.

고속도로 나들목은 기두마을을 휘감고 용틀임하듯이 넘실댄다. 산과 물이 만나는 이곳에 용마(龍馬)가 깃들었고, 광양의 역사와 미래의 숨결이 느껴진다.

1. 예스러움과 새로움이 뒤얽힌 마을
계곡은 제실(골안)이라 했고, 옥룡면에서 읍으로 변경됐다. 동천의 계곡교에서 북쪽을 보면 작은 산줄기가 우뚝하게 동천까지 솟아난 용머리가 있다.

기두(機頭 : 베틀머리)는 마을 북쪽의 옥녀봉 옥녀가 앉은 베틀의 머리에 해당된다고 붙여졌다. 베틀머리에 난 고속도로에 차가 베 짜는 북처럼 오가고 창덕아파트가 들어와 흥성하다.

와룡(臥龍)은 마로산 아래 저수지가 말의 구시와 같다고 하여 구시골이었는데, 창덕아파트 쪽 솔숲 부근에 용이 누웠다 하여 마을 이름이 됐다. 택지개발을 하면서 당산나무를 옮겨서 살렸는데, 그 느티나무를 심은 사람과 연도가 기록돼 있어 이채롭다.

관동은 예전에 마을 앞에 갓처럼 생긴 갓바구에서 연유했거나 마로산성 아래 벼슬아치들이 산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동천으로 나가는 마을 입구 마로포에 배가 들어왔었다.

석정 마을은 검단, 석교, 강정으로 구분된다. 검단은 마로산성 아래 깔 끝에 해당되고, 1935년 건축된 김녕김씨 재실이 특이하다.

석교는 섬돌이 놓인 섬다리가 있어서 붙여진 마을이다. 강정은 강변에 있던 정자 이름이었고, 광양남교와 여성문화회관이 있으나 마을 주민은 1가구만 남았다.

2. 전통을 이어가며 가꾸는 삶
계곡의 장세동(74) 씨는 중학생 때, 빨치산이 마을에 다녀간 것을 신고하러 가다가 잠복한 군인들의 총탄을 일곱 발이나 맞아 엉덩이 살점이 떨어지고 허벅지에 박힌 총알은 몇 달 뒤에 뽑아냈다.

기두의 박점옥(75) 씨는 자원봉사활동으로 보람을 일군다. 20대 후반 마을 부녀회장부터 시작하여 여러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고, 국무총리상과 광양시민의 상을 받았다. 지금도 수요일마다 노인복지회관에서 목욕 자원봉사를 하고, 서예를 즐긴다.

창덕아파트의 송현호(80) 씨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65세 이후 붓을 들어 4군자를 그리기 시작하여 서예대전에 입상도 하고, 개인전도 열었다. 이젠 오카리나를 배운다.

관동 김만수(65) 씨는 용강리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내놓으며 버꾸놀이에 자부심을 가진다.
버꾸놀이보존회장 오용택(50) 씨를 비롯한 회원들은 수요일 밤마다 농악 연습을 한다.

석정 김양수(65) 씨는 동천을 손질할 때에 보를 없애거나 낮추어서 물 흐름을 좋게 하여 은어를 비롯한 고기들이 오가게 하고, 석정에서 마로산성에 오르는 길도 되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