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중일 3국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하여
[특별기고] 한중일 3국의 새로운 관계 모색을 위하여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9 16:08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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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연 광양시의회 의원
현행 일본헙법 9조는 ‘일본 국민은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과 무력행사를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의 평화헌법이다. 일본의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이러한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시도를 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은 일본으로 인해 참담한 피해를 당했던 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들의 강한 반발을 야기해 오고 있다. 광복 60주년과 일제 패망 6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3국의 새로운 관계모색을 위한 의미있는 행사가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에 의해 열렸다. 지난 달 12일부터 28일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의 역사적 현장을 방문하면서 실시된 피스 앤 그린 보트 2005가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양국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가한 이 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어 18일동안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이 행사에 참여를 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우리 국민 대다수의 일반적인 정서처럼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 행사에 참여한 일본측 인사들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일본내 양심세력 들이었다. 행사 기간동안 함께 한 일본인들은 자신의 나라가 과거에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이러한 모습들은 일본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12일 일본의 도쿄 메이지공원에서 열린 전야제에서는 한일 양국의 참가자들이 촛불시위를 벌이며 일본의 헌법 9조 개정움직임에 대한 반대집회를 갖기도 했으며, 13일부터 선박을 이용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주요 항구를 방문하며 열린 항해기간 중 선상에서는 다양한 세미나와 분야별 토론회가 열려 한일 양국민간의 화해와 평화를 모색했다. 일본측 인사들은 한결같이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 평화헌법 개정 반대, 역사왜곡 반대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주장했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은 당초 일본과 일본인에 가졌던 거리감을 없애기에 충분했다. 중국의 단동과 상해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에 대한 일본의 솔직한 사죄 없이 동아시아 3국의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비단 중국인에 대해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을 거쳐 일본의 원폭 피해지인 나가사키와 오키나와를 방문했는데, 인상적인 것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가진 피해의식이었다. 오키나와 주민들이 일본정부에 갖고 있는 피해의식은 우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태평양전쟁 마지막 격전지였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배신감을, 그리고 일본군을 대체한 미군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한국민들에게는 같은 유대감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 동안 동아시아 3국은 모두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진실을 감추며 살아왔다. 가해자인 일본은 역사왜곡과 망언으로 피해국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어왔다. 그렇지만 21세기 동아시아 3국은 좋든 싫든 서로 관계를 맺고 같이 발전해 갈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여건을 지니고 있다. 지난 60년간의 반목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동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는 가해자인 일본의 진실한 참회와 사죄,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일본의 변화없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18일간의 항해 기간동안 일본인들이 보여준 진실한 참회와 반성은 동아시아 3국의 국민들이 얼마든지 서로 도우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기간이었다. 입력 : 2005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