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규 자유기고가] 마을의 매력, 사람의 향기
[박두규 자유기고가] 마을의 매력, 사람의 향기
  • 광양뉴스
  • 승인 2012.07.16 09:37
  • 호수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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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압면 죽천 평촌 동동 서동 직금 염창 매각 하천 마을

경계선 강가엔 꽃이 핀다(다압면 죽천 평촌 동동 서동 직금 염창 매각 하천 마을)

따리봉과 백운산 사이의 한재를 넘어가면 광양의 북쪽 끝인 하천리다. 광양 하천과 구례 하천이 시내를 경계로 구분되지만 중대천을 이루어 섬진강으로 나간다. 호남정맥과 섬진강이 만나는 틈새에 자리한 마을들의 높은 산등성에는 고로쇠가 있고 야산에는 녹차 밤 매실이 경쟁하며 냇물에는 은어가 뛰논다. 하류로 치닫는 섬진강은 바닷물과 만나 재첩과 뱀장어를 자랑한다. 백제와 신라를 구분했던 강은 호남과 영남의 경계선이다. 이 강가엔 이른 봄 찬바람이 불건 말건 매화 꽃 향기가 그윽하게 넘실거리고 나면 벚꽃이 춤추고, 초여름에는 눈치 없는 밤꽃 향기가 진동한다. 산과 들을 메운 꽃과 향기가 사라진 나무마다 열매가 주렁주렁하다.

시냇물이 흘러 강물을 더하는 마을

죽천(竹川)은 ‘대내’인데 내리뻗는 산맥 아래 대숲 사이사이로 시내가 흐르는 네 곳에 사람들이 깃들었다. 강변도로(1.9㎞)를 따라 듬성듬성 집이 들어서서 기다란 마을을 이룬다.

평촌은 금천계곡이 강으로 합류하기 전에 평지를 이뤄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민휴양소로 운영하던 다압북교 자리는 농촌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터전이다. 동동(東洞)은 뒷산 중턱 큰 동굴의 동쪽에 있어 ‘동골’이었고, 서동(西洞)은 동굴의 서쪽에 있어 ‘서골’이라 불렀다. 맑은 금천계곡을 자랑한다. 직금(織錦)은 옥녀봉의 옥녀가 비단을 짜는 모습이라서 ‘지금내’라 했던 것인데 이것의 한문 표기가 금천(錦川)이다. 옥녀봉에 명당자리가 있다고 해서 알만한 정치인 집안의 묘를 비롯하여 봉우리 주위가 공동묘지 같다.

염창(鹽倉)은 고려시대부터 소금을 보관하던 창고가 있어서 형성되었고 감호정이 복원돼 있다. 매각(梅閣)은 요각골이라 불렀고 마을 뒤 설통바구와 찍개바구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하천(荷川)은 구례의 ‘한수내’(韓水川)와 구분하여 하수내(下水川)였는데 냇가의 돌 모양이 연꽃 같다고 연꽃 하(荷)자로 바꿨다. 강 건너 화개장터로 가는 남도대교가 있다.

강변에서 친환경 삶을 누리는 사람들

죽천 정기호(52) 씨는 주택이 길게 흩어져 있어 모이기가 힘들지만 03년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은 마을로서 매실, 밤, 배 등을 재배하는 자부심을 가진다.

서동 강낙기(56) 씨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왕사암 터인 절골의 할아버지 묘 밑에 기왓장 구운 흔적을 알며, 고로쇠 물 값을 낮추고 물이 많이 나고 맛이 좋은 3월에 마시라고 이른다.

매각 박광수(69) 씨는 암흑천지가 밝아졌고 대규모 농촌종합개발사업 지원을 하는 돈 많은 나라가 되었는데, 부인 이정숙 씨는 한글교육을 이웃 죽천까지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염창 백자영(37) 씨는 부군 김상민 씨와 함께 섬진다원을 개설하여 8년째 제다 체험을 시키고 온돌방 펜션을 운영하며 교육농장을 가꾼다.

염창 임종문(70) 씨는 구례 하천에서 31년 전 이사 왔고 오염되지 않은 섬진강과 백운산 아래에서 한봉을 키우는데 재작년 벌이 모두 죽어서 양봉 피해는 물론 과수 피해까지 염려한다.

염창 정평기(70) 씨는 8년 동안 매화랜드 개발에 전력투구했다. 섬진강을 전망하며 모임을 할 수 있는 3층 팔각정에는 매화 그림이 담긴 세계적인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