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터바흐, 농촌민박과 바이오에너지로 재도약
라우터바흐, 농촌민박과 바이오에너지로 재도약
  • 광양뉴스
  • 승인 2012.11.26 09:51
  • 호수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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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농장체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독일 ‘라우터바흐 마을’

최근 여행과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됨에 따라 가족중심, 체험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도시민의 농촌체험관광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은 위기라고 하지만 어쩌면 또 새로운 기회의 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광양신문을 비롯한 전국의 지역신문 10개사가 공동기획취재단을 꾸려 국내ㆍ외의 도시와 농촌교류 사례를 살펴보고 지역의 현실에 접목해 보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독일 남서부 흑림지대에 위치한 라우터바흐의 농촌민박집을 방문한 공동취재단.

라우터바흐, 농촌민박과 바이오에너지로 재도약

라우터바흐, 농촌민박과 바이오에너지로 재도약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전통문화 체험으로 도시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여 기와마을
2. 소셜커머스로 체험객 유치, 마을기업으로 성장한 논산 포전마을
3. 가족 농장체험 프로그램으로 성공한 독일 라우터바흐 마을
4. 독일 굿아흐, 농촌관광 마케팅 기법 '쯔바이텔러란트 카드'
5. 복합산업화를 통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벨기에 딸기마을 웨이퐁
6. 프랑스 릴 지역농업생산자 협회의 그린투어리즘(Goutez notre nature)
7. 에필로그 도시민과 농촌간의 교류, 새로운 농촌관광전략이 절실하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은 농업생산과 관광서비스라는 2개의 경영활동을 결합한 것으로 독일에서는 농가민박을 통해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농촌을 활성화시키려는 의도에서 이 정책을 추진했다.
 
그린투어리즘은 자연환경 보전과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 조성, 차별화된 관광시장 형성과 지역소득 창출을 이끌었으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농간의 교류와 소통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번에 취재한 라우터바흐(Lauterbach)지역은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ㆍ이하 흑림) 중부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독일 그린투어리즘을 대변하는 곳이다.

1970년대 대표적인 관광지로 최고의 명성을 누렸으며 지금도 관광산업이 소득원의 주를 차지한다.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1884년 휴양지로 지정된 이후 한창 때는 연간 14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휴양을 중심으로 한 장기 여행에서 짧게 자주 떠나는 여행으로 여행 행태가 변하면서 관광객이 줄며 위기가 찾아왔고 지금은 연간 3만 5000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라우터바흐 지역은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 주변 지역들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Wellness(휴양, 치료)분야 관광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곳은 ‘킨티시’ 계곡을 따라 이어진 24개의 마을이 7개 플랫폼으로 나뉘어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 중 한곳인 굿아칼 플랫폼에 라우터바흐와 굿아흐, 폰데크 지역이 속해 있다.

600~850m 고지에 위치한 라우터바흐 커뮤니티는 지역사람들뿐 아니라 관광객도 방문하는 곳이다.

라우터바흐에서 농가민박을 하는 집은 7곳이며, 대부분 가족들이 올 경우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생계수단으로서의 농업기반이 약화되면서 농가민박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 다그마 루프 라우터바흐 관광청 매니저는 “여행객은 자국민이 물론 가장 많지만 네덜란드와 영국, 이탈리아, 에스파냐, 룩셈부르크에서도 찾아오며, 최근에는 이스라엘 관광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확인해주었다.

‘농촌체험 A~Z까지’ 라이베농장

에리카 슈타이거 벤츠(37ㆍ여) 씨의 라이베농장은 라우터바흐 관광청에 외부 손님들이 오면 가장 큰 협력농장으로 소개된다.

이곳에 가족휴양여행을 오면 아이들은 직접 우유를 짜서 마시고 축사를 치우는 일을 경험하거나 운이 좋으면 송아지가 태어나는 걸 도울 때도 있다.

대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이곳이 천국이다. 이것도, 저것도 하지 말라는 말만 듣던 아이들은 이곳에서 동물들과 마음껏 뛰어놀며 농촌생활을 체험한다.

독재자 히틀러 정권 때는 도시 아이들이 농촌체험을 하도록 강제되었지만 지금은 개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4인 가족이 지불하는 숙박비는 42유로, 여기에 1인당(14세 이상) 하루 1.5유로의 휴양세가 붙는다. 우유를 짜거나 트랙터를 타고 들판에 나가 풀을 베거나 하는 모든 체험은 무료. 손님들의 만족도를 평가하거나 홍보리플릿을 제작하는 것은 농가에서 전적으로 부담한다.

물론 관광청에 소개비를 내는 일은 없다. 이 농장의 등급은 별 3개로, 최고 등급인 별 4개 바로 아래다.

‘에너지 독립주택’ 바이오농장

귄터 부흐홀즈(45ㆍ남) 씨는 세무관련 주정부 공무원이다.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며 현대식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흑림의 대표적인 가옥구조인 2층 농가의 지붕에는 태양광설비가 되어 있어 연간 1만 8000㎾의 전력을 생산해낸다.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대신 전력회사에 판 뒤 되사서 쓰며, 농가에서 쓰는 5000㎾를 제외하고는 모두 농가수익으로 잡힌다.

1㎾를 파는 가격은 28센트, 사는 가격은 23센트로 실 사용량 5000㎾에도 차익이 생기는 셈이다.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는 카칼로벤(Kachelofen:벽난로)으로 온수도 생산하므로 기름 같은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 에너지 독립주택이다.

1980년 지어질 당시부터 모던한 형태의 가옥이었던 펜션은 휴양과 치료를 위해 세심하게 리모델링했다.

2010년 8만 유로를 투자해 이 집을 사들인 귄터 씨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턱을 없애고 방 크기의 넓은 욕실에는 안전 바를 설치했다. 침실 3개와 거실, 주방 등 현대식 시설은 농가민박이 아닌 호텔에 가깝다.

2인 기준 65유로이며 추가 1인당 8유로를 내야 한다.

지난 6월 오픈 이후 여름방학 기간인 7,8월은 손님이 꽉 찼으며, 9월에 뜸했다가 10월 2주간의 가을방학을 맞아 다시 북적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기대하는 중. 별 4개.

‘건강을 위한 허브 천국’ 폭츠농장

엘리자베트 슈벤데만(40ㆍ여) 씨는 허브를 전공한 전문 교육자로 친정아버지와 함께 농장을 운영한다. 남편은 조금 떨어진 슐츠시에서 안경점을 하고 있다.

농업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6마리의 젖소에서 나는 우유는 조합형태의 우유회사에 판다. 마당에 만들어놓은 작은 통나무집은 핀란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

여행객들은 가운데 화로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불을 쬐며 감기에 좋은 허브잎을 담근 사과와인을 마신다.

흑림의 비아그라로 불리는 쐐기풀 씨를 뿌린 치즈를 먹거나 요거트에 으깬 견과류를 넣어 먹기도 한다. 쐐기풀은 통풍환자의 통증을 줄여주고 차로 마시면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에서는 직접 만든 꿀과 로얄제리, 말린 허브 등의 제품을 사 갈 수도 있다.


노베르트 스워보다 라우터바흐 시장
<인터뷰>
노베르트 스워보다 라우터바흐 시장
“교통연계망 발달, 한해 3만 5천명 방문”

▶ 시나 주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있나?
개별 업소에 대한 지원은 없다.

지역 자체 지원은 관광객 숙박비에 포함된 휴양세의 일부를 관광산업에 투자하는 정도다. 한해 평균 3만 5000명의 관광객이 오는데 5만명이 넘을 때는 주정부에서 지원한다.

단, 독일 최초로 만들어진 이곳의 ‘자연에서의 요가’ 프로그램에는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주정부와 유럽연합(EU)의 지원도 따른다.

▶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관광객이 줄었다
예전에는 이곳에 와서 요양을 하면 의료보험에서 비용을 대줬는데, 의료보험 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이게 없어졌다.

개인 돈을 들여서 오는 사람들이 줄어드니까 하나 있던 요양소가 문을 닫았고, 이것만으로 1만명(1박) 정도의 관광객이 줄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좀 더 편리한 곳을 찾게 된 것도 이유다. 예전에는 복도에 화장실과 욕실이 있고 몇 사람이 사용하는 형태의 농가도 민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방안에 욕실과 화장실이 있는 걸 원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고 가는 수가 줄어든 것이다.

▶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은?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면서 관광은 힘든 산업이 됐다.

게다가 재원이 많지 않다 보니 여러 지역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같이 움직인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 상에서 지역을 홍보하거나 외부, 특히 가까이 있는 나라들의 신문지면을 통해서도 홍보를 한다.

또 세계적 규모의 슈투트가르트 관광박람회와 국외로는 네델란드 유트릿에서 열리는 박람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 대도시에서의 접근성은 어떤가?
교통연계망은 아주 잘 되어 있다. 인구 60만명의 슈투트가르트와 1시간 거리이고, 프랑스의 여러 지역과도 100여㎞ 거리다.

주변에 고속도로가 2개 지나는데 동서축으로는 슈투트가르트로 이어지고 남북으로는 스위스 바젤로 나가는 고속도로가 개설돼 있다.

폰데크라는 곳에는 열차가 지나고 있어 독일 전역과 연결된다. 물론 인근 대중교통망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다.

▶ 라우터바흐만의 브랜드가 있는지?
이 지역은 남북지리가 150㎞에 달하고 동서폭이 짧게는 20㎞, 길게는 50㎞에 이른다. 전체면적이 6만㎢가 넘는 거대한 지역이지만 공통성이 강하고 어디나 비슷비슷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흑림의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흑림 전체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와 변화무쌍한 자연, 들판, 숲, 물은 자랑할 수 있다. 라우터바흐만의 개별 브랜드는 없지만 독일 전체에서 라우터바흐 사람들이 가장 친절하다는 것으로 차별될 것이다.

독일 라우터바흐=지정운 기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