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차이의 변증법
평등과 차이의 변증법
  • 태인
  • 승인 2008.03.06 09:26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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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차별 받지 않고 평등한 대우나 대접을 받고 살기를 원한다.
내가 누구에겐가 조금이라도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우울해지고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그냥 방치하면서 시간이 가기를 바라거나 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힘쓰기도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기본 원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평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아가 사람들은 평등을 지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평등과 대립 개념인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기제는 재산과 교육이다.

그 중에서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층적인 수단이 교육이기 때문에 지구상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 교육’에다 걸다시피 하여 “지구상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것은 따지고 보면 자신이 남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남들과 차별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평등과 차이 또는 평등과 차별화는 그렇게 대칭적인 개념일까? 평등과 차이에 대한 개념이나 해석은 사람들마다 다른 것 같다. 평등이란 말에서 많은 사람들은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차이’라는 말에서 ‘불평등’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까지 한다. 그러나 과연 ‘평등’ 속에는 ‘차이’가 존재하지 않을까?

비행기, 기차, 택시를 타거나, 옷이나 신발을 살 때, 체중과 신장이 각각 90Kg, 190Cm인 사람과 50Kg, 160Cm인 사람의 교통 요금이나 옷값, 산발값은 차이가 없다. 체중과 키가 분명히 다른 데도 지불하는 금액이 같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기서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같은 물건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자기가 손해보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 못하고, 따라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이 내는 세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받는 대우, 공부 잘하고 못하는 학생이 받는 성적, 운동 경기에서 지는 팀과 이기는 팀이 받는 대우 등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피부로 느낀다.

만일에 이런 것들을 어떤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적당히 세금을 부과하고, 감정적으로 성적을 부여하며, 대충 심판을 본다면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이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의 기본 원칙, 곧 평균적 정의, 배분적 정의, 일반적 정의에 어긋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8년 전, 1999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에서 2000년 1월 1일 0시 1분 0초로 넘어가는 순간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벅찬 감정은 1초라는 작고 하찮은 것이 만들어낸 것이다. 비행기가 예정 시간보다 1분 늦게 도착하여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못 했을 경우, 시험에서 점수 0.1점 차에 의해 합격과 불합격이 갈라진 경우 등 우리는 대체로 작은 차이는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지만 그 조그마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로 연결되는 경우를 종종 목도하면서 차이의 의미를 음미하곤 한다.

그러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평등의 기본원칙 속에서도 조그마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타인과의 작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좀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성형을 하고,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많은 신경을 쓰면서 외적, 내적으로 자기를 관리하는 일은 타인과의 아름다움의 차이를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빌게이츠는 “나는 힘이 세지도 않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닙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입니다. 그것이 나의 성공의 비결입니다. Change의 G를 C로 바꾸어 보십시오. Chance가 되지 않습니까? 변화 속에 반드시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남보다 뛰어나고 싶으면, 남과 차별화하고 싶다면 변화해야 한다. 논어의 제17편 양화(陽貨)편을 보면 “子曰(자왈), 性相近也(성상근야)니? 習相遠也(습상원야)니라.” (공자님이 말씀하시길, 태어날 때는 차이가 없지만 학습을 통해서 차이가 난다.) 라고 하셨다.
 
따라서 우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또 남이 하지 않은 것을 찾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아가, 남들과 차이가 나는 삶을 내면화시키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이미 행복의 오솔길로 접어 든 것이나 같다. 하늘 아래 만인은 ‘평등’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인과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