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봉강초 9명 학생들의 아름다운 졸업식
광양 봉강초 9명 학생들의 아름다운 졸업식
  • 정아람
  • 승인 2013.02.25 09:28
  • 호수 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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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훌륭한 사람 돼서 다시 만나자”

 


<우리반 친구들의 매력> 6-1 허건영
선철이의 웃긴 매력
승철이의 숨어있는 매력
승훈이의 미남 매력
건영이의 가스 매력
지은이의 안경 매력
미진이의 흑형 매력
세희의 파카 매력
인경이의 성숙한 남자 매력
태민이는 뭔가 모를 매력
선생님은 재미있는 매력


<졸업과 친구>
초등학교 시절 종업
초등학교 시절 졸업
같은 것 같지만 다른 문장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문장
슬플 것 같지만 기쁘다는 것
기쁠 것 같지만 슬프다는 것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중학교 가서 만나자 얘들아
초등학교는 끝이다 얘들다
후회는 없다 얘들아
너희 같은 좋은 친구 만났으니까

1학년 때부터 쭉 함께한 친구들. 덕분에 표정 하나로 손짓하나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정도다. 작은 습관이나 버릇까지 아는 남매 또는 형제보다 더 가까운 봉강초 6학년 1반 학생들. 6년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나눴던 학생들이 지난 20일 졸업식을 가졌다.

졸업식을 앞둔 학생들은 지난 20일 10시 비봉 체육관 맨 앞자리에 앉아 왼쪽 가슴에 장미꽃을 예쁘게 달고 떨리는 마음으로 졸업장 수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육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바로 노란 현수막이었다. 체육관 무대 위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에는 ‘제78회 졸업식을 축하합니다’와 함께 채승훈ㆍ허건영ㆍ박지은ㆍ유미진ㆍ허세희ㆍ황인경ㆍ유선철ㆍ이승철ㆍ장태민 졸업생 들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었다.

황인경 양은 “저렇게 큰 현수막에 내 이름이 있으니까 왠지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언제 6년이 흘렀을까? 졸업장을 손에 쥔 아이들을 보는 학부모들의 눈에는 대견스러움과 벅참으로 가득 찼다.


대표 학생이 무대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봉강초는 졸업생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졸업장을 수여 받았다. 이들에게 졸업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채승훈 군은 “중학교에 가서 꿈을 위해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기대가 된다”라고 한다. 허건영 군과 박지은 양은 “이제는 어리광도 부리면 안 되고, 공부도 게을리 하면 안 되고, 안 되는 것들만 느는 것이 졸업식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봉강초,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들어 동문회뿐만 아니라 학생들, 학부모들도 많은 걱정을 하게 했지만 돌봄 학교와 우수학교로 지정이 되면서 희망이 솟아나고 있다.

학교를 떠나는 것이 많이 아쉽다는 유미진·허세희 양은 “선생님이랑 함께 목욕탕을 간다기에 처음엔 쑥스러웠는데 같이 목욕도 하고 맛있는 우유도 먹으니 정말 재미있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황인경 양은 “날씨 좋은 날 들로 나가 쑥을 뜯어 쑥버무리 해먹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선생님이랑 같이 목욕탕 가는 아이들, 전교생들이 들로 나가 쑥을 뜯어 쑥버무리를 해먹고, 짜장면도 만들어 먹는다.

여름에는 수박화채를 나눠 먹으며 더위를 이기는 아이들. 초겨울에는 함께 김장을 하며 선생님 한 입, 친구 한 입 나눠 먹으며 아삭아삭한 추억을 쌓았던 아이들.

그때를 떠올리며 추억을 나열하는 졸업생들이 씁쓸하지만 향긋한 향을 내는 봄나물처럼 마음 가득 퍼졌다. 유선철ㆍ이승철 군은 “중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을 사귀다보면 멀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친구라는 사실은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많이 바빠도 자주 연락하도록 하자”고 친구들을 향해 말했다.

장태민 군은 “6년 동안 가르쳐주시고 바르게 자라도록 키워주신 선생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감사 인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친구들아, 졸업 축하한다. 그리고 너희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다”고 친구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꿈을 가꾸는 봉강 어린이가 되길”

 

나 연 심 봉강초 교장
나연심 교장은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을 이끌어 가면 반드시 꿈을 성취할 수 있을 것 이다“며 ”더욱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교장은 “엉덩방아 찧기는 1800번 하면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김연아 피겨선수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봉강초 졸업생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용기를 심어줬다.

9명의 졸업생들을 향해 나 교장은 “봉강초에서 함께했던 많은 경험과 추억을 항상 가슴에 담아 따뜻한 삶을 살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연심 교장은 “제78회 졸업을 축하하며, 먼 훗날 다시 만나자”고 졸업생들에게 인사했다.

 

 



복향옥 자모회장
“어떤 어려움이든 극복할 수 있길”

복향옥 봉강초 자모회장은 “졸업을 정말 축하한다”며 “미래에 닥칠 고난과 시련에 대해 걱정하거나 내게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든 극복할 용기와 지혜를 가진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복 회장은 “학생들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학교와 선생님, 학생, 학부모, 동창회까지 모두의 관심과 사랑으로 졸업식이 더 빛날 수 있었다”며 “씩씩하게 자라 이 나라를 빛내는 훌륭한 인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