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 없는 근속 승진자들
보직 없는 근속 승진자들
  • 이성훈
  • 승인 2013.03.25 09:54
  • 호수 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급만 6급…차라리 반납하고 싶다”

6급 근속 승진자들이 보직을 받지 못해 팀 내에서 어정쩡한 업무를 보고 있다. 근속 승진자들은 광양시가 일반 승진자처럼 똑같이 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도 하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고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근속 승진 대신 7급 때가 마음 편했다며 승진을 반납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시는 해마다 직렬별로 정원 20%내에서 근속 승진 인사를 단행하고 있지만 이들은 정작 보직을 받지 못해 7급도 6급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근속 승진이란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감안, 일정 근무 기간이 지나면 자동 승진하는 제도로 6급 근속승진은 2011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7급이 6급으로 근속 승진하려면 12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지난 2011년 6급 근속 승진자는 11명이며 2012년에는 4명, 올해는 16명이 각각 승진했다. 지난 3년 간 근속 승진자는 총 31명이며 이중 2명은 퇴직했고 단 2명만 보직을 받았다. 이를 두고 근속 승진자들은 자신들을 ‘서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1년 근속 승진한 한 공무원은 “월급만 6급이지 보직 받지 못한 사람들은 7급 대우를 받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근속승진을 반납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공무원은 “일반 승진한 후배가 곧바로 보직을 받아 팀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자괴감이 든다”면서 “승진 취급도 받지 못하는 근속 승진제도가 너무 야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2년째 보직을 받지 못해 주변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팀 내에서 직원들끼리도 서로 불편하고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근속 승진자들은 해당 팀에서 차석 자리에 있으며 6급 팀장으로부터 지휘를 받고 있다. 팀장과 같은 6급이지만 사실상 7급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자리는 한정돼 있고 근속 승진의 특수성 때문에 모두에게 보직을 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속 승진 자체가 오랫동안 일한 공무원에게 사기진작 차원에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 능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보통 일반 승진을 하려면 근평에서 4배수 안에 들어야 하는데 근속 승진은 일반 승진과 다르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원래 6급 근속 승진에 대한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관리는 7급 정원으로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보직을 전혀 주지 않을 수 없어 올해부터 서서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에 따라 근속 승진자들이 퇴직 때까지 보직을 주지 않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부담이어서 보직에 관한 지침을 내렸다.

시의 보직 지침은 근속 승진 당시 승진자보다 후 순위자가 일반 승진한 후 보직을 받았을 때 그 다음 인사에서 보직을 배려하는 것, 시에 특별한 공로를 세워 인사위를 통해 보직을 줄 필요성이 있을 때 등 두 가지다.

하지만 이같은 지침에 근속 승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근속 승진자는 “두 가지 지침이 너무 자의적”이라며 “후배가 일반 승진 후 보직을 받은 후 다음 인사 때 배려하는 것이 정당하냐”고 반박했다. 또 “근속 승진자에게 공로를 세우면 보직을 준다는 것도 또 다른 차별이다”고 비판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기술직 근속 승진자의 경우 억울한 면도 있다”며 “1, 2년 더 노력해 일반 승진을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근속 승진자에 포함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차 보직제를 통해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한 공무원은 “근속 승진자의 경우 일반 승진을 눈앞에 두고 승진한 경우도 있고 능력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6급 근속 승진자 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승진자와 근속 승진자가 일정한 비율로 보직을 받는 등 형평성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