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를 작품으로 살리는 것,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죠”
“죽은 나무를 작품으로 살리는 것,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죠”
  • 이성훈
  • 승인 2013.06.24 10:00
  • 호수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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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아마추어 생활목공예 초대전 연 서명수 씨

벌써 4년이 흘렀다. 아궁이로 들어가거나 아무런 쓸모없이 버려지는 폐목을 사랑한지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폐목을 찾으러 전국 안 가본 산이 없고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이미 죽은 폐목에 땀과 혼을 불어 넣으니 쓰레기였던 나무는 어느새 탁자가 되고, 화분 받침이 되고, 안마기가 되고, 훌륭한 장식이 됐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7월 4일까지 광양역사문화관 전시실에서 영호남 아마추어 생활목공예 초대전을 열고 있는 서명수 씨.

서 씨는 “아직 작가라 하기에는 민망하다”며 작가로 불러주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이곳에는 회화나무 4단 대형 장식장, 홍귀목 응접탁자 및 칸막이 장식대, 가이스카 향나무 3단 화분 받침대 등 수십 점이 전시되어 있다.

서명수 씨는 “그냥 나무향이 좋아서 목공예를 취미삼아 배우게 됐는데 어느 덧 4년이 됐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죽어 버려질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예술이 목공예”라며 “작업을 하다보면 우리네 삶이란 쓸모없는 인생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어떤 폐목은 수백 년이나 돼 진귀한 것도 있고 느티나무 폐목은 성인 몇 명이 달라붙어 들어야 할 정도로 크기와 무게가 엄청나다. 작품도 특성에 따라 적게는 20일에서 많게는 몇 개월도 걸린다.

서 씨는 “집채만 한 나무를 구상하며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른다”며 “항상 나무와 함께 지내고 있으니 온몸에는 나무향기가 가득 배어있다”고 웃었다.

그는 광양에서도 작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폐목이 많은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다.

서 씨는 “전시된 작품 중 백운산에 있는 나무를 사용한 것은 단 한 점 뿐”이라며 “어차피 쓸모없어질 나무라면 목공예 작가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초대전을 흔쾌히 허락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김휘석 광양문화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내년 3월에는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