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 “반영 범위 적고, 반영규모도 한정”
주민참여예산 “반영 범위 적고, 반영규모도 한정”
  • 이성훈
  • 승인 2013.07.01 09:54
  • 호수 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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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민참여 예산제 현황 … 일부 지자체 새로운 시도로 ‘호응’

글 싣는 순서 …


2. 우리나라 주민참여
예산의 주요사례

1. 주민참여예산의 의미와 현황…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현황
3. 광주 북구 주민참여예산 12년
4. 서울 은평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5. 서울 서대문구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6. 수원시 주민참여예산 사례
7. 울산 북구 주민참여예산 현황
8. 광양시 주민참여예산
    정착화를 위한 과제 

우리나라 참여예산제도 시행체계는 2004년 처음 제도를 도입한 광주 북구와 울산 동구의 설계를 기본으로 지역마다 약간의 변형을 가하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참여예산제 핵심기구는 주민위원회(참여예산위원회)인데 주민위원회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참여예산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기구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위원회는 주민들의 예산 제안(지역회의 요구ㆍ결정사항 포함)을 검토해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이 중심이 된다. 울산 동구의 경우 행정부서별 예산요구에 대한 검토ㆍ결정기능까지 수행하는 경우도 있는 등 지역별로 주민참여제도에 대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표1 참조>

현재 주민위원회 구성은 최소한의 기본체계로 인식돼 소극적으로 시행하는 지역이라도 주민위원회는 대체로 설치하는 추세이다. 보통 지역회의는 읍면동별로 구성해 사업 제안 등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은 “지역에 따라 이 회의에서 읍면동별 시민위원을 선출하기도 한다”면서 “일정수의 주민위원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주민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경우(정족수 정도만 규정)도 있다”고 밝혔다.

민관협의회는 시민위원회 대표와 자치단체장 및 간부공무원들로 구성된다. 협의회는 예산편성안을 최종 결정하는 기구인데 초기 시행지역에서 운영했으나 최근 새롭게 도입한 지역에선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여예산연구회는 참여예산 진행과정을 평가해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지원기구이다. 주로 전문가와 시민운동가 등으로 구성되며 대부분의 지역에선 설치하지 않지만, 원활한 민관협력과 장기적·체계적인 기획·평가 등을 위해 유용한 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연구회를 설치한 경우 대부분은 전문적 자문기구 성격으로 운영되지만, 서울이나 인천 남동구 등 일부 지역에선 실무 추진주체로서 적극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적극적 자세로 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주민교육 실시, 위원 공개모집 등 참여예산기구 구성, 대주민 홍보 및 의견수렴, 참여예산위원회 및 지역회의의 논의·결정, 당해연도 평가 및 차년도 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이행하고 있다.

주민교육은 주민위원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모든 주민에게 개방된 경우로 나눌 수 있으며, 서울 서대문구는 주민위원의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기도 한다. 보통 개방형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 교육 규모가 크고 질도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교육이 잘 된 지역을 살펴보면 △인천 연수구 ‘찾아가는 예산학교’(소수 주민이 모인 곳에 강사가 찾아가서 참여예산 설명 및 의견수렴) △서울 서대문구 ‘주민강사 양성교육’(기본교육 이수한 주민 또는 주민위원이 강사교육 이수 후 참여예산 강사로 활동) 등은 참여예산교육의 좋은 시도로 평가 받아 여러 지역으로 파급되고 있다. 

참여예산위원회 구성방식으로는 시민단체가 추천해온 공개모집ㆍ추첨 방식이 여러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일반주민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여 주민의견의 왜곡을 방지할 뿐 아니라 누구나 주민위원으로 중심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임으로써 주민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또한 공개모집 과정 자체가 홍보 기회가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역회의가 있는 경우 지역회의가 단순히 의견개진만 하는 경우가 있고, 지역회의 제안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해 참여예산위원회에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 지역회의 결정을 참여예산위원회가 바꿀 수 있는가가 쟁점이 될 수 있는데, 대체로 지역회의 결정을 원칙적으로 존중하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결정 방법은 매우 다양하여 세부적 내용에 관한 종합적인 정리가 부족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주민 직접투표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서울 서대문구 등에서는 지역회의의 우선순위 결정을 직접투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도 2012년 ‘참여예산 한마당’을 개최해 전 위원이 제안사업에 대해 투표한 결과 순위대로 사업을 선정한 바 있다.

서울 은평구 역시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주민총회’에서 제안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직접투표를 실시했는데, 특히 2012년 최초로 모바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참여예산 범위와 반영규모

참여예산 범위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의욕적으로 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지역에서 주민제안사업만을 논의대상으로 하거나 아예 참여예산 규모를 일정하게 제시하는 경우 등이 나타나면서 참여예산의 범위 설정이 쟁점화 되고 있다.

참여예산의 범위는 조례상에 ‘전체 예산’으로 명시한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자치단체장이 수립ㆍ공도하도록 규정하거나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매년 운영계획 수립시 설정하거나 자치단체장 시책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분류하면 △예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주민제안+행정 내부 예산요구 일부(신규사업 등)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주민제안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참여예산으로 결정하는 예산규모가 얼마나 되는가에 관해서는 아직 종합적인 자료도 없고, 일부 지역에 대한 자료도 정확한 상호 비교가 어려워 활용하기 곤란하다. 최순욱 사무국장은 “지역마다 대상예산의 범위, 결정방식 등이 달라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로 일반회계 예산 대비 1% 내외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자치구별 참여예산 반영규모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대략 최근 참여예산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반영규모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표2 참조>

참여예산의 새로운 시도들

최근에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참여예산제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몇몇 지역 사례가 다른 지역들에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주로 수도권의 기초자치단체로서 서울시 서대문구, 은평구 등과 인천시 연수구 및 경기도 부천시, 수원시 등이다. 

최 사무국장은 “이들 지역은 아직 참여예산제가 단단히 정착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전 시행지역과 다른 참신한 시도 등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잘되고 있는 지역과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서대문구의 주민강사 양성 및 자발적인 주민모임 구성, 은평구와 수원시의 주민총회, 서대문구와 은평구 등의 스티커 투표, 수원시와 노원구 등의 청소년 참여예산회의, 연수구의 찾아가는 참여예산학교와 마을축제형 지역회의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들 지역 중 서대문구는 2011년도 지자체 예산효율화대상 국무총리상, 은평구는 2012년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참여예산을 잘하면 위상 제고 및 예산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최 인 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

“단체장 의지, 예산 규모 넓히는 노력 중요”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사무국장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도 운영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면서 “주민참여예산제의 경우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함에 따라 단체장의 교체나 의지에 따라 제도운영의 성과가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국장은 단체장과 함께 제도운영의 중요한 한 축인 공무원들의 인식과 태도 역시 제도 활성화의 조건이면서 동시에 걸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예산제는 기존 예산편성 과정에 비해 상당히 많은 논의와 협의의 과정을 거쳐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실무적으로 운영하는 주체가 바로 공무원이다.

최 사무국장은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의지를 토대로 참여예산제를 하나의 행정과정으로 인식하고 운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민제안 등 과정상의 참여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참여예산제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 중의 하나다.

최인욱 사무국장은 참여 활성화를 양적인 측면으로만 고려할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정책반영으로 연결되든 장기과제로 분류되든 또는 반영되지 않는다 하더라고 다양하고 활발한 참여와 의견개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참여와 자치의 교육과 훈련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과정상 참여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안 건수와 함께 참여예산을 통해 반영되는 예산의 규모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참여예산제를 통해 반영되는 예산은 20억~30억원 수준.

최 사무국장은 “대전 대덕구의 경우 반영률이 가장 낮은 해는 3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려운 수준이다”고 아쉬워했다.

우선순위 등 정책반영에 대한 기준과 권한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지역회의나 분과위원회, 협의회 과정을 통해 제안된 의견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진행되지만 우선순위와 예산반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일부 지자체의 경우 협의회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뒤바뀌거나 협의회에서 논의된 것이 행정부 검토과정을 통해 조정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자칫 참여자들이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무력감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최 사무국장은 “논의과정을 통해 정책반영 여부와 우선순위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가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