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짐 덜어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뻐요!”
“부모님 짐 덜어드릴 수 있어 정말 기뻐요!”
  • 이혜선
  • 승인 2013.07.29 09:56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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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C 고고퀴즈왕 ‘장원’중마고 안동희 군

KBC 광주방송에서 광주ㆍ전라 지역의 미래 인재 발굴을 위해 만들고 있는 고고퀴즈왕 제17회 광양지역 특집에서 중마고 3학년 안동희(19) 군이 주장원을 차지해 화제가 되고 있다. 

“떨려서 죽을 것 같았는데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그런데 정말 우승을 했지 뭐에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중마고등학교(교장 류동윤) 방송실에서 만난 안동희(19) 군은 수줍은 미소로 그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고고 퀴즈왕 참가는 정말 우연 같은 일이었다. 광양지역 특집이어서 광양 내 고등학생들만 참여했는데 동희 군은 수능 준비에 바쁜 3학년이다 보니 처음엔 참가를 거절했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신은영 교사)의 권유로 후배 2명과 함께 6월 19일 광주에서 예선에 출전하게 된다.

30문제를 풀어야하는 필기시험. 생각보다 어려웠던 시험에 ‘본선에 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커트라인을 가까스로 넘겨 본선 진출 확정! 동희 군은 “막상 본선에 나가게 된다니 우승에 대한 욕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본선은 지난 9일, 광주방송국에서 열렸다. 수십 개의 조명, TV에서나 봤던 카메라들, 앞에는 부모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까지. 동희 군은 어지러울 만큼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고 회상했다.

광양고와 광영고, 백운고 학생들까지 5명이 본선에 진출해 1라운드부터 4라운드의 문제를 풀며 자웅을 겨뤘다. 동희 군은 나름의 계획도 세웠었다고 했다.

“본선 전 날, 벼락치기로 지난 방송들을 다시 보기해서 문제의 유형을 공부했거든요. 단계마다 유형이 달라지는데 스피드 퀴즈에서 점수를 확보해야겠다고 맘 먹었죠.” 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역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마지막 라운드는 제시어 퀴즈였는데 마지막 문제를 제가 성급하게 풀어서 틀린 거예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도 모두 그 문제를 틀렸어요. 그래서 우승을 하게 된 건데…, 심장이 쫄깃해지는 걸 느꼈죠.(웃음)”

장원이 확정된 동희 군은 퀴즈왕 도전 퀴즈 2단계까지 성공해 대학교 1학기 등록금 300만원과 해외 탐방의 기회까지 얻게 됐다.

“이번 우승으로 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부모님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린 것 같아 그게 가장 기쁘고요. 수능 끝나면 해외탐방을 가게 되는데 정말 기대돼요.”

동희 군은 4년 전, 광양으로 이사를 왔다. 고향 전주를 떠나온 건 아버지(안성은ㆍ47)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대형트레일러 기사를 했었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집도 상당히 어려워졌어요. 상대적으로 화물일거리가 많은 광양에 혼자 오셔서 일을 하다가 그만 건강이 나빠져 쓰러지신 거예요. 어머니(정태자ㆍ44)께서 조심스럽게 이사얘기를 꺼내셔서 그때 온가족이 광양으로 오게 된 거죠.”

광양 생활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그것도 학기가 다 끝나가는 10월에 전학을  왔으니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웠다. 

“광양에 적응하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공부만 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거죠. 지금은 친한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자기소개서 쓸 때마다 광양적응기를 가장 힘든 시절로 적어요.(웃음)”

동희 군에게는 2명의 동생이 있다. 동혁(18) 군과 현지(10) 양이다. 둘 다 눈에 넣어도 안아픈 소중한 동생들이다.

“동혁이는 저한테 참 아픈 손가락이에요. 저랑 매번 비교를 당해서 상처가 많거든요. 처음엔 그런 상처가 있는 줄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됐죠. 좋은 형이 되고 싶어요. 같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동혁아, 이거 보고 있지?”

동희 군은 교사 꿈을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또 심리학을 공부해서 다친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첫째 아들로서의 각오도 잊지 않았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동생들. 가족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어요.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우리 집의 든든한 기둥이 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