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서 가장 존경받는 벤처 농업회사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전남에서 가장 존경받는 벤처 농업회사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
  • 김보라
  • 승인 2014.06.23 09:45
  • 호수 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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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삼의 아버지, 황재익 삼무루지 대표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 전원생활의 여유로움을 동경하며 막연한 귀농의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귀농도 만만치만은 않다는 게 선배 귀농인들의 조언, 여기 3년 만에 평범한 회사원에서‘새싹삼의 아버지’로 변신해 농업의 신세계를 일궈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어 만나봤다.

주인공은 바로 광양읍 죽림리에서 ‘삼무루지’라는 새싹삼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황재익 대표다. 그를 만나러 간 지난 4일은 선거날로, 많은 사람들이 투표 후 휴식에 젖어있었지만 그는 이날도 ‘새싹삼’들을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새싹삼, 다소 생소한 느낌의 이 작물은 꼬마 인삼,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삼과 다른 점은 뿌리, 잎, 줄기를 한꺼번에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채소처럼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삼의 주요성분인 ‘사포닌’ 함량이 수삼보다 월등히 높으며 특히 새싹삼의 잎은 뿌리보다 사포닌 함량이 8~9배가 많아 영양적 가치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최근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이같은 ‘새싹삼’의 진가에 반해 3년 전 다니던 포스코에서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택했다.

종삼을 심은 후 2개월 만에 수확할 수 있어 환금성이 뛰어나고 가치에 비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블루오션’인 새싹삼이 대박 작물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아내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앞날이 불투명한 농업에 뛰어들겠다니, 아이들 키우며 생활해야 하는 아내의 불안감도 이만저만은 아니었을 듯하다.

하지만 황 대표는 과감히 전 재산을 투자해 농장을 꾸리고 새싹삼 재배에 나섰다. 그러나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항상 그렇듯, 만만치가 않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판로개척이었다. 황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새싹삼을 알리기 위해 박람회나 판촉행사, 시장까지 농업과 관련된 행사가 열리는 곳마다 쫓아다녔다. 생계를 위해 당장 필요한 돈은 있는데 수익이 안 오르니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노력이 전해졌는지 이제는 제법 입소문이나 고정적으로 수입이 발생하는 거래처 식당들도 생기고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이 먼저 주문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회사원으로 근무할 때보다 약간은 더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제 제법 안정권에 들었나 싶으니 이번엔 온도가 애를 먹였다. 농촌진흥청에서 가르쳐준 온도대로 종삼을 저장했는데 절반 이상의 종삼이 썩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또 새싹삼은 18~21℃에서­ 제일 잘 자라는데 아열대성 기후 변화로 해년마다 고온 현상이 빨라지고 있어 급히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최근에는 ‘달팽이’와 한바탕 전쟁중이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황 대표와 아내는 날도 더운데 요즘 달팽이 잡느라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지만 황 대표는 여전히ㅍ‘귀농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황 대표는 귀농 후 가장 좋은 점으로 ‘여유’를 꼽았다.

“처음에는 매출 상승에 조바심을 내며 고군분투했었지만, 농업이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신뢰를 기반으로 매일매일 성실한 ‘새싹삼’을 고객에게 제공하면 그게 쌓이고 쌓여 매출로 연결된다는 걸 느끼고 욕심을 내려놓자 오히려 더 잘되는 듯하다.”

하루 게으름을 부리면 바로 표가 나는 게 농사일이라지만,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하고 조금 벌고 싶으면 좀 덜하고, 노력한 만큼 거둬지는 게 또 이 일이기에 더없이 좋다는 것이다.

아직은 할 일이 많다는 황 대표, 그의 꿈은 ‘전남에서 가장 존경받는 벤처 농업회사 사장이 되는 것’이다. 단순 재배를 넘어서 가공식품도 개발하고 더 나아가 농장, 식당, 체험장, 전시장을 아우르는 ‘삼 테마파크’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성공하기까지 주변의 도움이 가장 컸다는 황 대표는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황 대표는 “작물을 선택할 때 ‘판로’와‘환금성’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최근 귀농 장려를 위해 지자체들의 지원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각 지자체별로 지원해주는 작물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시작하면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보다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