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물건에 묻어나는 삶의 여유와 멋을 아는 女子’
‘옛 물건에 묻어나는 삶의 여유와 멋을 아는 女子’
  • 김보라
  • 승인 2014.09.01 09:51
  • 호수 5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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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수집가, 나성희 대표
중마동 써니밸리 아파트 앞‘애기똥풀’ 나성희 대표.
60년대 고전 연속극에서나 나올법한 예스러운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70년 올드팝. 비오는 날 들려오는 오래된 LP선율은 잊혀진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의 삭막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이곳은 나성희(53)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 갤러리 ‘애기똥풀’이다.

예향의 도시인 전라북도 전주가 고향인 나 대표는 어릴 적부터 옛 물건들이 주는 고즈넉한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골동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화되는 감정을 느꼈다고.

처녀 때부터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한 골동품들이 이제는 수백여점에 달해 더 이상 집에 보관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수소문 끝에 발품을 팔아 힘겹게 구한 물건들을 혼자만 보고 있기 아깝다는 생각에 갤러리를 마련해 지난해부터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다

나 대표가 가장 좋아하고 심혈을 기울여 수집하는 것은 고가구들. 고가구는 종류도 많고 역사나 보관 상태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골동품에 관한 어지간한 정보나 지식으로는 좋은 제품을 골라내기가 힘들다는 게 나 대표의 설명이다.

그에 비해 광주리나 유기, 칠기 등 옛 식기류, 엔틱 전화기, 전통 문짝이나 그림 등 실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은 골동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물품 하나하나 직접 가서 보고 고심한 끝에 수집한 것들이라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이 있어 판매가 된다고 하면 처음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딸 자식 시집보내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은 나와 같은 취미와 안목을 가진 사람이 또 소중하게 여겨 줄거라 생각하니 소통하는 느낌이어서 마냥 섭섭하지만은 않다.”

나 대표는‘애기똥풀’을 단순한 골동품 판매점이 아니라 ‘광양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길을 오가다 언제든지 문을 열고 들어와 잔잔한 음악 선율에 기대어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스치듯 우연히 만난 수많은 인연들과 자연스레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곳. 그런 곳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