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29> 용접사 김완철
광양문화연구회가 만난 사람<29> 용접사 김완철
  • 광양뉴스
  • 승인 2015.01.12 13:41
  •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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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짓는 플랜트건설노동자

 

공장을 짓고 고치는 사람들

생활에 유익한 물건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제철 공장에선 자동차 냉장고 강판과 철근 등 각양각색의 철제품이 나오고, 석유화학 공장에선 석유 가스 비닐 고무 나일론 등 수많은 석유화학제품들이 만들어진다.

석탄화력 LNG가스 등 발전소에서는 전기가 생산된다. 산업화 이후 인류의 생활은 크고 작은 공장의 가동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할 수 있다. 공장이 잘 돌아가면 경제도 활성화 되고 공장이 멈추거나 시원찮게 돌아가면 지역경기도 침체를 면치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장유치와 가동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정작 공장을 짓는 사람들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 글은 공장을 짓고 고치는 플랜트건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형님 용접사 김완철을 통해 건설노동자들이 하는 일과 생활의 일면을 짚어보고자 한다.

동료애를 자랑하는 플랜트건설노동자

공장을 짓는 과정은 일정한 순서에 의해 진행된다. 물론 복잡한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철골을 제작하여 건축물 뼈대를 세우고 기계를 설치하는 제관과 기계작업, 각종 가스관과 상하수관을 설치하는 배관작업, 설치된 관을 철제로 받쳐주는 제관작업, 관 속을 통해 운반되는 물질을 일정 온도로 유지해주기 위해 관을 싸주는 보온작업, 전기시설 작업, 건축물에 페인트 등 도색을 하는 도장작업, 이러한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작업발판과 계단을 설치하는 비계 설치작업, 배관작업과 제관작업에 필수요소인 용접작업, 그리고 각종 작업도구와 휴게공간을 관리하는 여성작업반.

이렇게 플랜트노동자들은 용접 기계 배관 제관 비계 전기 보온 도장 여성  등 9개 분야로 나뉘어서 일을 한다. 그런데 필요에 따라 분야를 나누지만 공장을 짓는 일은 철저하게 협동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협동작업은 일에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고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안전도 보장한다. 이러한 협동작업 속에서 플랜트건설노동자들은 끈끈한 동료애를 키우고 자랑한다.

끈끈함의 대명사 용접사와 배관 제관 일꾼들

 

작업조원과 함께한 김완철반장-우측에서 두 번째 김완철 반장.

유별난 동료애를 자랑하는 플랜트건설노동자들 중에서도 끈끈함이 돋보이는 일꾼들이 있다. 바로 용접사와 배관 제관 노동자들이다. 용접 일은 고도의 정밀성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꺾이고 비좁은 곳은 거울로 비춰가며 작업을 해야 한다.

용접 일이 손에 익숙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하기에 플랜트건설 현장에서는 일꾼을 모집할 때마다 용접사 만큼은 유일하게 시험을 보여 뽑는다.

용접부위를 엑스레이로 낱낱이 찍어서 결함여부를 살피고 합격여부를 가린다.

국가 기술자격증을 가졌는지 여부는 상관없고 실제기술로 판가름 한다. 시험을 통과한 용접사는 배관사와 배관보조, 또는 제관사와 제관보조 이렇게 3인 1조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조를 이룬 일꾼들은 공사기간 내내 함께 일한다.

가족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이들은 작업과정에서도 한 몸처럼 움직인다. 공사장을 옮길 때도 대부분 같은 조 그대로 움직인다. 가히 끈끈함의 대명사라 할 것이다.

자상하고 엄격한 형님 용접사 김완철을 만나다

지난 연말에 광양제철소 동쪽에 있는 SNG(합성천연가스)공장 건설현장에서 형님 용접사로 불리는 김완철 반장을 만났다. 현장은 공사기간 2년 6개월의 막바지 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SNG(합성천연가스)공장 건설현장.


혹한의 추위도 아랑곳없이 하루 평균 1,500~2,000명이 투입되고 있는 공장건설현장은 노동자들의 망치소리로 활기찼다. 김완철 반장과의 인터뷰는 노동자들이 밥도 먹고 옷도 갈아입는 현장 휴게실인 컨테이너 안에서 이루어졌다.


: 동료 후배들이 자상한 형님 용접사로 부르던데 왜들 그렇게 부르지요?

: 후배들은 일을 잘 가르쳐 준다고 그럴겁니다. 용접 일은 초보자한테는 잘 시키지 않는데 나는 과감하게 일을 시킵니다. 서투르더라도 일감을 주어야 기술이 늘지요, 부족한 점을 가르쳐 줄 수도 있고요. 그만큼 일을 빨리 배우게 해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인 것 같아요.

한편으론 10년 전에 플랜트건설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에 수석부지부장을 했는데 마침 그때 파업투쟁이 있어서 고생도 했고요, 주요한 사안들이 건설회사와 단체협약으로 해결되었어요, 그 협약으로 휴일엔 쉴 수 있게 되었고 하루 8시간 노동도 보장되었죠, 우리가 앉아있는 컨테이너 휴식공간도 마련했고요. 노동조합 초기에 동고동락한 정이 작용한 면도 있죠. 올해 59세이니까 나이대접도 있겠지요.

: 일 뿐만 아니라 평소 인간성도 맏형 감이라고 하던데요?
: 아마도 잘 어울려서 그럴걸요, 축구도 같이하고 술도 자주 마시고요, 동료 후배들의 애로사항을 술좌석에서 잘 들어주고 토닥거려 주기도 하고요.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만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생이 집에서 카드빚을 크게 지면서 실의에 빠진 적이 있었죠, 안되겠다 싶어 민주노총에 상담을 받아 개인회생제도를 활용하게 하였고 변호사비용을 대신 내주기도 했죠.

일이 잘 풀렸고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어요. 같은 처지인 노동자들 끼리 서로 도우며 정 있게 지내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요.

: 한편으론 엄격한 반장님으로도 소문났던데요?
: 일을 늘 꼼꼼하게 하죠, 덤벙거리다가 실수를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니까요, 완벽한 작업을 위해서도 안전을 위해서도 꼼꼼하게 작업현장을 챙겨왔고 그런게 반복되다보니 엄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따지고 보면 공장건설과 대정비 현장에서 매일같이 크고작은 사고가 나는데 35년 동안 저도 그렇고 저와 함께 일한 사람들도 그렇고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는 건 그냥 행운만은 아니지요.

제3고로 쇳물 터질 때 최고의 보람

 

김완철 반장의 용접작업하는 모습.

: 35년 경력이면 지역에서 웬만한 공장건설엔 다 참여했을 텐데 가장 보람차고 애정이 가는 공장이 있다면요?
: 제가 광양에 온지 30년 되었는데 사우디에 1년 나간 적 외에는 모두 광양에 있으면서  일했지요. 광양제철소 고로신설과 보수, 니켈공장, 하동화력, 영광 한빛원자력, 여수 GS칼텍스 건설 등 큰 공장 건설에  대부분 참여했고요, 그 때마다 보람이었지요, 그래도 가장 감명 깊은 건 광양제철소 제3고로 쇳물 터질 때였어요.

: l고로도 아니고 왜 3고로 쇳물을 잊지 못하지요?
: 제 용접기술이 3고로 건설 무렵에 무르익어서 작업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고 나이와 경험 또한 익어 갈 때라서 여유가 생긴거죠. 그래서 감동이 갑절로 다가온 것 같아요.

함께 일한 노동자들 임금 미흡하고 일자리 못 찾을 때 가슴앓이

: 뛰어난 기술을 가졌고 자상하고 엄격한 형님 용접사로 덕망도 있으니 김반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이 많겠는데요
: 평균 30~50개조 일꾼들이 같이하는데 지금 현장에선 40개 조를 운영하고 있어요.

: 이렇게 많은 일꾼을 총괄하는 반장 일을 하다보면 보람도 있지만 남모르는 속앓이도 있을 건데요?
: 그렇지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임금을 회사로부터 따오지 못할 때 속이 쓰리고요, 지금 현장에 일이 끝나면 바로 다음 현장으로 일자리를 찾아주어야 하는데 일자리 연결이 잘 안될 때 가슴 아프지요.

건설노동자들 애로와 기여 알아주셨으면, 앞으로 10년 더 일하고 싶어

 

노동자휴게실-컨테이너 내부.


: 보람과 애로 들었는데요 지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플랜트건설노동자가 고소득자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는데요, 사실과 다릅니다. 고로보수 작업 같은 경우는 1~2개월 밤낮없이 일 해야 하기 때문에 보수를 많이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고요. 플랜트건설 특성 상 일을 쉬는 경우가 많아서 평균 1년에 8~9개월 일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로 또 해외로 공장건설 현장을 따라 1년이 멀다하고 일터를 옮겨 다녀야 하는 애로도 있습니다,

: 요즘 지역에 SNG 외엔 큰 공장건설이 없어서 외지에 나간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지역에  가족을 두고있는 노동자들은 얼마나 되는지요?
: 플랜트건설노조 전남동부경남서부 조합원들의 경우 등록 조합원이 1만 1천 명인데요. 모두 근거지를 광양 순천에 두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 그럼 조합원들이 외지에 가서 돈을 벌어도 일단 지역으로 가져온다고 보면 되겠네요.
: 그렇지요. 우리 플랜트조합원 처럼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이곳에서 일을 하던 외지에 나가서 일을 하던 돈벌이와 소비 즉 경제활동 대부분이 지역에서 이루어지면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요.

: 끝으로 앞으로 김완철 반장님의 개인적 바램이 있다면요?
: 한 10년 쯤 더 일하고 싶습니다.

민점기 광양문화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