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ㆍ이지테크, 양우권 분회장 죽음에 사죄하라”
“포스코ㆍ이지테크, 양우권 분회장 죽음에 사죄하라”
  • 이성훈
  • 승인 2015.05.15 20:18
  • 호수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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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분노“열사의 뜻 이룰 때까지 투쟁할 것”
 
지난 12일 광양제철소 소본부 앞에서 열린 고 양우권 이지테크 분회장 대책 결의대회

 지난 10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을 맡고 있는 양우권 분회장이 자택근처 가야산 산책로에서 목을 매 숨진 것과 관련 지역 노동계가 분노하고 있다.

 ‘살인기업 포스코ㆍ이지테크 규탄, 비정규직 철폐,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1일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을 비롯, 12일에는 소본부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며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진심어린 사과와 특별교섭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현재 시청 사거리에 열사 분향소 천막을 설치했다. 대책위는 시청 앞 농성을 진행하며 시민들에게 포스코 자본의 노동탄압과 고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몬 포스코와 박근혜의 동생 박지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지회 조합원이 소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목숨을 걸고 열사의 뜻을 이룰 때까지 투쟁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고인의 부인은 결의대회 참석한 자리에서“얼마나 괴롭혔으면, 얼마나 못살게 굴었으면 죽었겠느냐.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오열했다.

 부인은“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지역 분들이 함께 해주는 것이 제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며“효성 아빠의 유언을 지키고, 포스코가 효성아빠의 주검 앞에 진심어린 사과를 할 때까지 제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힘을 달라.

  다시는 우리와 같이 가족이 아빠와 남편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현재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대책위에 위임했다. 

 대책위가 포스코와 이지테크에 전달한 특별교섭 요구안은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책임 인정과 사과 △노동탄압 중단, 재발 방지 약속 △불법파견 중단,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산업재해 인정, 유가족 배상 등이다.

 대책위는 지난 13일 첫 특별교섭을 열었으나 이지테크에서만 참석하고 포스코는 참석하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다른 회사의 경영이나 노동활동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불법 아니냐”며“이번 사태에 대해 안타깝지만 포스코가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묵묵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00년 설립된 이지테크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산회수장비 운용ㆍ정비 용역을 제공하는 계약을 1년 단위로 맺는 업체다. 이지테크 노동자 53명은 2006년 12월 금속노조 이지테크분회를 설립했다. 하지만 대다수 조합원들이 탈퇴해 기업별 노조에 가입했고 양 분회장만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남아 있었다.

 사측의 금속노조 탈퇴 요구에 응하지 않은 양 분회장은 정직 기간 중 출근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1년 4월 해고를 당했다. 법적 소송 끝에 양 지회장은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이후 지난 해 5월 복직했다.

 광양제철소에서 현장직으로 일했던 양 분회장은 그러나 제철소 밖에 있는 사무실에서 대기 상태로 1년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5월 폐쇄회로(CCTV)로 감시당하는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자 회사는 이를 이유로 징계했다.

 결국 4년간 긴 부당해고와 복직 갈등 끝에 양 분회장은 지난 10일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