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특산품으로 문화경쟁력 키우자<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천 한산모시’
전통 특산품으로 문화경쟁력 키우자<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천 한산모시’
  • 이성훈
  • 승인 2015.10.23 19:34
  • 호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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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모시옷 패션쇼ㆍ옷감짜기 체험ㆍ모시 전용 음식 개발 등 다양

충남 서천군의 특산품인 한산 모시는 색이 희고 우아하며 섬세하고 가벼워 여름철 옷감 중 으뜸으로 치고 있다. 한산모시는 백제시대부터 서천군 한산면에서 만들어 고려시대에는 명나라와의 교역상품으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한산모시는 우리나라의 미를 상징하는 여름 전통옷감으로, 백제 때 한 노인의 현몽으로 우연히 발견된 뒤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으니 15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아 제작기술을 보호하고자 국가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현재 한산모시짜기 명예보유자로는 문정옥(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기능보유자로는 방연옥(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나상덕(충남무형문화재 제1호) 등이 있다. 이들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인정받은 전통직조기능 보유자들은 1993년 8월 개관한 한산모시박물관에서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한산모시박물관에서는 관광객들이 한산모시를 바로알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시풀을 처음 발견했던 건지산 기슭에 모시각, 전통공방, 한산모시 전시관, 토속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규모는 8만5000㎡ 이다.

한산모시 전시관내 전시실에는 모시의 역사를 전해 주는 고증 서적과 베틀, 모시길쌈 도구, 모시 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공방에서는 모시째기, 모시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 모시짜기 등의 공정을 재연하고 있다.

특히 한산모시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충남무형문화재 제1호를 직접 만나보고 모시 짜기 이야기도 들으면서 시연도 볼 수 있는 문화체험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험난한 모시 제작 과정

한 필의 모시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10차례 제작 과정을 거친다. 우선 모시풀은 숙근성 초본 다년생 작물로 한번 심으면 10년 정도 수확 할 수 있다. 재식 밀도는 토양조건에 따라 다르며, 재식한 첫해의 생육상태 즉, 모시풀의 굵기와 길이에 따라 최후까지 수확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재배시의 시비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한다.

서천군에서 재배하는 저마는 재래종과 백피종이 있는데 백피종을 주로 재배한다. 재래종은 가늘게 쪼개지고 윤기가 나며 질기나 길이가 1.24m이하로 짧고 수량이 적게 나오며, 백피종은 보통 1.55m로 길이가 길고 수량이 많이 나온다. 이는 모시째기시 양팔을 벌린 간격이 1.5m로 더 길거나 짧으면 비능률적이다.

모시풀 수확은 심은 첫해는 2회, 2년째 부터는 3회 수확을 할 수 있다. 가장 적당한 수확기는 대략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 8월 하순에 이수, 10월 상 하순에 삼수로 연간 세차례 수확한다. 모시풀을 수확하면 태모시를 만드는데 종근을 심어 저마를 재배하고 다 자란 모시풀을 베어 모시풀 바깥층을 벗겨내고 속껍질로 태모시를 만든다.

모시풀의 속껍질을 햇볕에 말리고 물에 적시기를 네 다섯번 하면 모식의 최초 섬유질을 추출하는 과정인 태모시가 생산 된다. 태모시의 품질과 모시째기의 숙련 정도에 따라 모시의 품질이 좌우된다.
모시째기를 마치면 모시섬유 한뭉치를 ‘쩐지’라는 버팀목에 걸어놓고 한 올씩 빼어 양쪽 끝을 무릎에 맞이어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켜 광주리에 차곡차곡 쌓아 놓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서 모시굿이 완성된다.

10개의 모시굿에서 ‘젖을대’의 구멍으로 실끝을 통과시켜 한 묶음으로 한 후 날틀에 걸어 한필의 길이에 맞추어서 날실의 길이로 날고 새수에 맞추어 날실의 올수를 맞춘다.
다음작업으로 바디 끼우기가 있다. 바디는 대나무의 껍질로 만드는데, 3, 4년이 지난 대나무라야 껍질이 단단하고 두터워 재료로서 적합하다.

제작과정을 보면 바디살 만드는 과정, 기둥살(일명 날대) 만드는 과정, 마구리를 끼우는 과정, 그리고 갓 붙이는 과정 등으로 구분된다. 바디의 종류는 모시베, 명주배, 무명배, 삼베 등 짜는 옷감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같은 모시베를 짜는 바디라 할지라도 베의 바탕 올이 가늘고 굵기에 따라 9새에서부터 18새까지 모두 다르다. 모시의 새수는 폭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며 이 작업과 병행하는 것이 꾸리감기이다. 꾸리감기는 씨줄을 만드는 과정으로 모시짜기를 할 때 씨실 꾸리를 북에 담아 사용한다.

이런 과정을 모두 마치면 모시짜기에 들어간다. 모시짜기는 실내가 건조하면 실이 말라 바스러지기 때문에 많은 습기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습도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분 반지하의 움막에서 모시를 짜는 원시적인 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채광이 불량하고 온도 조절이 어려워 여름철에는 대부분이 고통스럽게 작업을 하며, 베틀에 앉아 전신을 움직이며 하는 힘이 많이 드는 노동으로 지금까지 개선 된 것이 가습기를 틀어 놓고 작업하는 형태다.
또 이 작업은 상당히 숙련돼 기술이 필요하며 숙련도에 따라 모시 짜는 기간이 달라진다. 보통의 경우 3일에 1필 정도를 짜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쟁력 인정받은 한산모시문화제

올해는 메르스로 인해 취소됐지만 서천군은 한산모시문화제를 지난해까지 25회 개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산모시문화제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4년 문화관광 우수축제로 선정돼 1억3000만 원의 국비와 6500만 원의 도비를 지원받은바 있다.

한산모시문화제는 대한민국 유일의 전통 천연섬유인 한산모시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중국모시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산모시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또한 1500년을 이어온 역사성, 공동체 의식 등이 세계적으로 인정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과 전통모시에서 벗어난 모시옷, 모시양말, 모시스포츠 의류 등 현대화된 한산모시 제품개발에 힘 써온 노력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산모시 잎을 이용한 떡, 젓갈, 두부 등 한산모시 산업화 사업과 향토 음식점에 모시전용 음식점을 운영하는 등 모시음식을 더욱 부각시켜 한산모시의 무한한 변신을 꾀한 점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천군은 한산모시문화제가 다른 지역 축제와는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관광객 및 지역민들에게 맛과 멋,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천연섬유 축제로 성장시킬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