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건축물
자연과 건축물
  • 하조나라
  • 승인 2008.03.27 09:01
  • 호수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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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 내리는 봄햇살이 따뜻한 오후,그 따뜻함이 온 몸으로 전해지고 마음 속까지 행복해지는 하루다.
봄햇살은 하늘에서 특별하게 내려주는 축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내 메말라있던 나무가지가  새순을 틔우느라 안간힘을 쓰고, 귀기울여보면 땅속 여기저기에서 새싹들이 서로 먼저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웃집 성훈이 아버지랑 진수할아버지는 그 새싹들보다 먼저 밭에 거름을 뿌렸다. 이 모두 아름다운 자연속 귀한 새생명들의 시작이리라. 봄은 그렇게 자연과 사람 구분없이 모든 곳에 따뜻함과 희망을 선사해준다.

하조마을 논자락 한 가운데에도 봄과 더불어 산촌체험관 건물이 바쁘게 올라가고있다. 이른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찾아와 다양한 시골체험을 하기위한 수련관이다. 하루하루를 건조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이 산촌을 찾아와 옛기억을 더듬으며 모처럼의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한다.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로 땔감도 구하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는 광경은 생각만해도 흐뭇해진다.
바라건대 산촌체험관이 운영이 잘되어 좀 더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 되었으면, 오염된 공기 속에서 하루하루 긴장하며 생활하는 도시인들이 찾아와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산소같은 곳이었으면 한다. 우리 마을을 찾아와 피로를 씻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그로 인해 느껴지는 보람 역시 시골사는 즐거움이리라. 이곳 봉강 하조마을에 살면서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면서 그 자연을 잘 지키고 잘 가꾸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누구든 어딜가든 이곳처럼 물과 산이 수려한 곳을 만나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실망스러운 것은 이 아름다운 성불계곡에 개운찮은 건물들이 자꾸 들어선다는 것이다.

깊은 산 호젓한 길, 계곡 바로 옆에 뜬금없이 민박집이 생기는가 하면 공장건물이 어느날 갑자기 얼굴을 내밀었다. 푸르고 아름다운 산 아래, 맑은 계곡옆에 자연을 거스르는 듯한 모양새가 어쩐지 개운치가 않다. 갈수록 자연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모처럼 산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그 건물을 바라보며 왜 저런 것이 이곳에 생겨나는지 알 수 없다며 의아해하기도 한다. 과거 항공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업무차 스위스에 여러번 다녀본 경험이 있다.
융단을 두른 듯한 들판과 높은 산과 잘 어우러진 주택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롭던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고풍스런 집집마다 테라스에 장식된  아름다운 꽃들이 내겐 매우 인상적이었다. 알고보니 높은 산 중턱에 즐비한 아름다운 집에는 아무도 살지않았다.

스위스 각 지방에서 열차가 지나는 곳곳에 관광객들을 위해 장식용으로 지어놓은 빈 집들이라고 했다. 또 실제로 사람이 살고있는 마을에도 집집마다 테라스에 꽃이 가득했다. 시에서 집집마다 의무적으로 테라스에 꽃을 내걸도록한다는 것이었다. 그 나라에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를 알만한 대목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관광객 유치를 구호로만 외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도 좀 더 세심하고 면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관광정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곳의 경관을 잘 지켜가며 누가 봐도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정감어린 건물을 지을 수만 있다면…그것만으로도 우리 마을, 우리 도시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건물의 증개축이든 지역발전을 위한 건물이든 집을 짓고 가꾸는 데에 관공서의 규제와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 건물을 지었을 때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 여긴다. 비싼 돈을 들여 어떤 시설을 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것이 과연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지, 다른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지, 일부러 산촌을 찾아오는 도시인들에게 혹 거부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할 것이다.

앞으로는 건축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청에 미학이나 설계를 전문으로하는 담당 직원이 있어 집을 설계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 까지 참여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제 농촌은 농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도회지로 나간 그들의 자손과 또 그들의 이웃이나 도시인들의 휴식처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농촌은 희망이다.
희망을 잃지않으려면 자연을 아름답게 지켜야 한다. 그 속에서 농촌이 숨을 쉬고 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