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박사, 진짜 박사 됐네?
나무박사, 진짜 박사 됐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3.06 09:26
  • 호수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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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원 녹지 담당, 순천대 박사학위 받아
 
“나무 덕택에 학위를 받아 매우 기쁩니다.”
서희원 공원관리사업소 녹지담당이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서 담당은 지난달 25일 순천대학교 대학원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02년 동 대학원 산림자원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6년만이다. 그의 논문주제는 ‘마가목류의 생태 및 형태 DNA 분석에 의한 유연관계’이다. “마가목은 꽃, 열매 등 버릴게 하나도 없는 나무에요. 관상수로 활용할 수 있고 약용식물로도 손색이 없지요.”

서 담당은 그동안 나무박사로 우리지역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보살펴야 할 나무가 있으면 지역 어디든지 달려가 나무의 생태를 관찰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다. 나무들에게 있어서 서희원 담당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그의 고향은 순천시 별량면. 어릴 때부터 나무를 좋아했던 그는 결국 나무와의 인연을 끊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나무를 보고 자란 촌놈입니다. 평생 나무만 보고 살다보니 어느새 나무를 품에 안고 사는 것이 업이 됐네요.” 

서희원 담당이 공직에 입문한 것은 지난 1989년 12월. 군 제대 후 대학에 입학한 그는 졸업과 함께 산림조합에서 근무했다. 이후 산림 공무원의 길로 나선 서 담당은 줄곧 나무와 인연을 맺어 왔다. 늘 나무에 대해 연구했던 그는 20여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다량의 기사 자격증을 보유했다. 산림공학기사, 산림경영기사, 임업종묘기사, 조경산업기사, 자연생태복원산업기사 등 기사 자격증만 5개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00년에는 전남도 산림공무원 중 최초로 산림기술사를 취득해 화제를 모았다. 기술사는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다음으로 가장 높은 자격증에 속한 것이다. 그 만큼 기술사를 취득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주변 동료들이 도와주지 못하면 힘들죠. 업무가 끝나면 도서관에서 책을 붙들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했어요. 모든 분들께 고맙지요.” 

그의 성실함은 이미 공무원 사회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서 담당은 지난 2006년 광양시 으뜸 공무원상을 받았다. 이 상은 공무원들이 투표로 뽑아 선정하는 것으로 그만큼 업무 외에  동료들 사이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상보다 으뜸 공무원상이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웠습니다. 동료들에게 잘해준 것도 없이 큰 상을 받았으니 일로써 보답하는 것만이 동료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 담당은 지난 2005년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4시간 동안 순천대 산림자원학과에 시간강사로 부임, 학생들에게 임목육종학, 임업종묘학을 가르친다. 현장에서 경험한 생생한 학습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 없다고 말한다.  

서 담당은 나무와 함께 살면서 이번 논문에 발표한 마가목과 함께 가시나무, 먼나무, 황칠나무 등이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가시나무는 생울타리용으로 심고 목재로도 쓰임이 다양하다고 한다. 먼나무 역시 열매가 아름답고 관상용으로 손색이 없는 나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나무들이 갈수록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기후가 변하면 나무도 따라서 움직입니다. 그러나 낯선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는 스트레스를 받지요. 결국 쇠약해지고 각종 병해충에 노출되는 것이 나무입니다.”

서 담당은 “나무도 사람처럼 사랑으로 대하면 건강하게 잘 자란다”며 나무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당부했다. “병든 나무라 할지라도 꼭 살려야겠다는 정성을 가지고 나무를 돌보면 그 나무는 살아납니다. 그러나 건강한 나무라도 돌보지 않으면 이내 시들어버리지요. 사람이나 나무나 사랑을 받고 자라는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그의 취미는 등산과 마라톤. 백운산 형제봉에서 국사봉 종주는 물론, 틈틈이 주변 산을 찾을 정도로 우리지역 산에 대해서는 훤히 꿰뚫고 있다. 또한 풀코스를 세 번 완주했을 만큼 마라톤 애호가이기도 하다.
산림기술사에 농학박사 학위까지 받았으니 목표는 다 이뤘을 텐데도 서 담당은 또다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지역도 이제는 밤나무가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어 갑니다. 밤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나무를 많이 연구해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