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아름다운 꽃 이야기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 이야기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29 09:46
  • 호수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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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온 산과  들에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 다양한 빛깔과 모양으로  피어 자태를 뽐내며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그래서 봄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가 보다. 그런데 꽃들의 이름을 보면 그 이름이 붙여진 사연과 유래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르시스라는 목동이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껴안으려다 연못에 빠져 죽은 뒤 예쁜 꽃으로 피어났다는 수선화. 억울하게 죽은 딸 달래의 시체를 안고 울다 지쳐서 죽은 후, 그 자리에 핏빛으로 피어났다는 나무꾼 진씨의 영혼 진달래꽃. 셋째 딸을 만나러 가는 중에 추위에 얼어 죽은 뒤 무덤에서 피어났다는 할미꽃. 중국에 간 오빠를 기다리다 죽어서 꽃이 되었다는 도라지꽃. 남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꽃을 달여 먹였는데 더 이상 구할 수 없자 남편이 죽고 부인도 따라 죽은 뒤 원래 빨간색이었던 것이 이들의 멍든 사연을 닮아 파란색으로 피었다는 달개비꽃. 

나는 그 중에서도 ‘동백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동백꽃은 조매화에 속한다. 동백꽃은 벌이나 나비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추운 겨울에 피기 때문에 동박새가 수분을 해 주어야만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동박새 역시 동백꽃으로부터 꿀과 열매를 제공받으며 살아간다. 동백꽃과 관련된 전설을 들여다보니 옛날 자식이 없는 왕이 있었는데 동생의 두 아들인 조카들이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이 두려워 이들을 모두 죽였다고 한다. 죽은 후 동생은 동백꽃나무가 되고, 두 조카는 동박새가 되어 날아갔다고 한다. 억울하게 죽었지만 부자간의 정을 잊지 못 하고 서로 도와가며 사는 동박새와 동백꽃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전설로는 아가씨가 도둑에 쫓기다 물에 빠져 죽은 뒤 그녀의 무덤가에 피어난 꽃이 동백꽃이라는 오동도 전설이 전해진다.

동백꽃은 세 번 - 나무에서, 땅 위에서, 마음속에서 - 핀다고 한다. 흰 눈을 배경으로 선연히 붉게 피고, 떨어지더라도 시들지 않고 땅에서도 피며. 그리고 그 꽃을 보는 이의 마음속에서도 핀다. 그래서일까. 동백꽃의 꽃말은 ‘그대를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라고 한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꽃 잎에 새겨진 사연, 말 못할 그 사연을 가슴에 안고 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 노래 가사에도 녹아있는 동백꽃의 꽃말이 아니던가.

이처럼 꽃 이야기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깊은 관련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만이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안다. 꽃에 대한 감동과 애정이 지극하다보니 인간의 삶과 깊이 연관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까지 한 것이리라. 말없는 꽃의 아름다움과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싶은 바람에서 애틋한 전설도 나오고 꽃 이름이 나왔을 것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자기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무지개가 아름다운 것은 잠시 떴다가 사라짐을 슬퍼하지 않기 때문이며,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자기 사랑을 자랑하지 않는 사랑이고, 정말 아름다운 인생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 인생이다.”라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