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아기를 낳았어요!”
“토토가 아기를 낳았어요!”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6.05 09:59
  • 호수 2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에 선진이네 집에서 데려온 강아지 토토가 며칠 전에 새끼를 낳았다.
그 때도 그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 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선진이 엄마가 데려가라며 선뜻 내게 두마리나 안겼다. 
작은 라면 박스에 넣어 논둑길을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왔는데 집에 와보니 두 놈 다 기진 맥진하며 힘들어했다.

난생 처음 해 본 나들이가 그들에게 너무 힘들었는지 구토를 했던 것이다. 어린 강아지의 상태도 모르고 마냥 좋아서 안고 왔던 것인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진이가 강아지를 보더니 너무나 좋아서 강아지를 떠날 줄 몰랐다.
두 마리는 건강하게 자랐고 그 중에서 토토란 놈은 왠지 약하고 여린 모습이어서 유난히 애착이 갔다. 이웃집 어른이 와서 하는 말이 암수컷 두 놈을 같이 키우면 좋지않다고 했다.
그러던 중 마을 뒷산 기슭에 정년 퇴임해서 멋진 전원 주택을 짓고 사는 부부가 자주 우리집에 놀러오곤 했는데 강아지를 보더니 당장 데려갔다. 그래서 데려간 강아지가 토리, 우리집에 남은 연약한 놈이 토토였다. 그런 토토가 항상 어리고 약한 줄만 알았는데 어느날 배를 보니 뒤뚱거리며 걷는 것 조차 힘들어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토토의  임신이었다. " 그렇다면 과연 토토가 아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 항상 그것이 의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  아기강아지의 아빠인지 마을의 모든 개들을 떠올리며 의심가는 녀석을 꼽아보았지만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비록 강아지이긴 하지만 새끼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야 될 것 같았다. 동하도 하진이도 어린 강아지가 태어나길 몹시 기다렸다. 동하는 아침마다 일어나면 강아지 집안을 살피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혹시나 기대감으로 토토를 부르곤 했다.
우리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긴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족 모두가 기다리고있었다.
그러던 며칠이 지난 후 " 토토가 아기를 낳았어요 ! " 몹시 상기된 목소리로 동하 엄마가 집안에 있는 나를 향해 소리쳤다. 당장 달려가 문을 열어보니 아주 작은 강아지 새끼들이 눈도 못뜨고 꿈틀거렸다. 뭔가가 많아 보여 하나 둘 세어보니 놀랍게도 여섯마리었다.

어떻게 한꺼번에 새끼를 여섯마리나 낳을 수 있는지…토토는 마치 익숙한 엄마 역할을 하듯 누워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 이거 토토에게 미역국이라도 끓여주어야 하는 것 아니야 ?"
고생한 토토를 위해 뭔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은데 어쩔바를 모르는 우리 내외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옹기종기 모여 엄마의 젖을 힘차게 빨고있는 강아지 새끼들의 모습을 보니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토토집 앞에서 한 참동안 머물며 새끼들을 살펴보았는데 아뿔싸 ! 갑자기 불길한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새끼 강아지는 하얀 털이 몸을 뒤덮은 모습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새끼들은 하얀 털에 검은 점이 크게 박혀있고 입부분이 뭉턱했다. 분명 전혀 다른 종류의 새끼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가 누굴까 ?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에 떠오르는 놈이 없었다.
그렇다면 평소 항상 떨어지지 않고 서로 뒹굴며 좋아하던 고양이가 아빠가 아닐까 ?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여러 의견들을 종합해본 결과 떠오르는 녀석이 한 놈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우리집으로 달려오곤 하던 좀 못 생긴 녀석이었는데 아무 곳에나 실례를 해서 내가 소리치면 기겁하며 달아나곤 했던 녀석이었다.
요 근래에는 전혀 볼 수가 없어서 한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어쩌다 그런 녀석을 만났는지 실망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건 그렇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 새끼가 태어났는데 한 번 와봐야 하는 것 아냐 ? " 고약한 놈 ! " 모든 구석이 밉게만 보였다. 우리가 돌보지 않으니 토토 녀석이 수시로 마을 어귀를 싸잡아 다니더니 결국 우리가 싫어하는 놈과 사귀게 되었으니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었다.

그러나 어린 새끼들을 바라보니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하염없이 귀여울 뿐이었다. 저들이 며칠만 지나면 밖으로 나와 졸졸쫄 아이들을 따르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의 보호를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듯 우리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강아지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다.
이것이 또한 농촌에서 사는 보람이며 즐거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