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며…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며…
  • 엄인영 중앙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08.11.26 20:56
  • 호수 2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미국 대선은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오바마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로 넘쳤습니다.
그만큼 이번 미국 대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선한 흥분과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역사 232년 만에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인종차별의 최대의 피해자였던 흑인들의 감동은 남달랐을 것입니다. 제시 잭슨 목사를 비롯한 미국의 많은 흑인들이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감격의 눈물을 흘립니까?
 
지금부터 45년 전인 1963년 8월 23일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은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어느 날 조지아의 농장주인의 자녀들과 노예의 자녀들이 형제애를 가지고 한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꿈을 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내 후손들이 피부색에 의해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능력에 의해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치던 킹목사님의 꿈대로 미국에 노예로 팔려온 흑인의 후손이 마침내 능력에 의해 평가받아 미국 사회의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우뚝 섰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날은 그동안 신자유주의의 깃발아래 전세계 금융질서를 좌지우지 하던 자들의 종언을 고한 날이기도 합니다. 투기성자본들이 전세계를 자유롭게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세계경제를 투전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건전한 생산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자본을 이리 저리 굴리면서 이득을 얻는 데 더 공을 들였습니다.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산업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데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연구실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땀을 흘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면서 부를 키워왔습니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열매를 곡감 빼먹듯이 빼먹어왔던 것입니다.
이런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탐욕이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고 망치게 한 주범이었고, 그 중심에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신자유주의의 폐단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자본의 탐욕에 지칠대로 지친 유권자들이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유권자혁명, 선거혁명을 이뤄냈습니다. 공화당이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브래들리 효과도 이런 역사의 흐름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그동안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세계인들 위에 군림하며 모든 권리를 독식해 왔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이런 미국 역사에 새로운 물꼬를 튼 날입니다.

이제 오바마는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금융위기를 겪게 해서 자신을 대통령으로 세우신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차분히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 평등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이 엄연한 진리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지구촌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데 헌신해야 합니다.
오바마의 정책이 이런 정신을 담고 있어서 기대가 됩니다만, 과연 그가 마이너리티의 설움을 극복하고 머저리티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도, 처음 자세와 처음 정신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자신의 철학을 관철해 낼 것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의 철학과 정신이 미국 사회를 넘어 전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 사회의 주류가 과연 이런 역사의 흐름에 무리없이 적응할 지 그것 또한 지켜봐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이명박 정권이 이런 세계 역사의 흐름에 하루속히 교훈을 얻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신자유주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정권을 이끌어가서는 안된다는 하나님의 강력한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권의 변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