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약초 이전 소식에, 동문•학부모 ‘반발’…한 발 물러선 교육청
골약초 이전 소식에, 동문•학부모 ‘반발’…한 발 물러선 교육청
  • 김호 기자
  • 승인 2021.11.29 08:30
  • 호수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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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무지개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대안 없이 계획세운 교육당국 사과해야
아직 한층도 안 올라갔는데…너무 빨라
강경투쟁 해서라도 끝까지 학교 지킬 것
△ 지난 10월 4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골약초등학교.
△ 지난 10월 4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골약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골약초등학교가 인근 황금지구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이설·확충될 계획이라는 소식에 학부모들의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학부모들은 전남도교육청이 시골학교를 살리자는 명분 아래 각종 홍보를 통해 골약초에 자녀들을 보내줄 것을 호소해놓고 이제 와서는 이전·증축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방적 계획과 결정,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마련해 놓지 않고서 통보만으로 교육행정을 추진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학부모는 “골약초가 작은 학교이면서 혁신학교로서 자녀들이 교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교육을 받다보니 정서적 안정과 학업성취도 향상 등의 순기능 효과를 거두고 아이들 만족도도 높아 1시간 일찍 일어나 버스로 통학하는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있다”며 “또한 교육당국의 다양한 혜택도 골약초를 선택한 이유다. 이 같은 기대치가 없었다면 굳이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마다하고 이렇게 먼 거리 학교로 통학을 시켰겠냐”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4일 ‘골약초 개교 100주년 기념비 제막식’을 거행했던 골약초 총동문회도 이전·증축에 반대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이전·증축을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추진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본다”며 “아직 아파트 한층도 안 올라갔는데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또한 현재 골약초와 신설 학교부지 거리가 1km도 안된다. 도보로도 충분히 통학을 하거나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도 있는 거리가 아니냐”며 “개교 100주년이 된 역사 깊은 모교가 이렇게 교육당국의 서두름으로 속절없이 사라지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더 지켜보면서 천천히 추진해도 될 일을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과 총동문회는 정종혁 광양교육장과의 면담을 신청하고 이 같은 내용의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당초 광양교육청은 황금지구 학구 내 소규모 학교가 있기 때문에 신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설을 우선 추진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처럼 골약초 학부모들과 총동문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광양교육청은 골약초 이설·증축 추진에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교육청 관계자는 “골약초는 제한적 공동학구제로 학교를 유지하면서 학부모들이 학교를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인근 황금지구에 4000세대가 넘는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골약초 모습이 사라지게 돼 소규모학교를 원해서 진학했던 학부모들이 아쉬운 마음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하고 동문들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해 교육부에 골약초 존속과 황금지구 내 초등학교 신설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신설 요청 결과가 나오려면 중앙투자심사를 거치는 내년 4월이 지나야 알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신설로 결정될지 다른 조건이 붙을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골약초는 전남도교육청 지정 전남혁신학교(무지개학교)로서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병설유치원을 포함 전교생 76명이 다니고 있는 작은 학교다.

한편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대안 없이 이전·증축 계획한 광양교육청 사과 △현재 유치원, 1~2학년에 대한 대안 없는 이전·증축 취소 △황금지구 분양시 과대 허위광고 시행사 사과 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학교를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