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로니켈공장 주민설명회 ‘파행’
페로니켈공장 주민설명회 ‘파행’
  • 광양신문
  • 승인 2006.10.18 16:45
  • 호수 1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제청, “주민설명회 절차 문제 없어”
시민단체, “무산된 것 다시 실시해야” ▲ 이날 설명회를 주최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이날 설명회가 절차를 정식적으로 밟은 것이기 때문에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광양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태인동 주민, 환경단체, 지역 시민단체 등은 ‘무산’을 주장하며 주민설명회를 다시 해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페로니켈공장 건설사업 환경영향 평가서 초안 주민설명회가 파행으로 운영돼 니켈공장 건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설명회를 주최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이날 설명회가 절차를 정식적으로 밟은 것이기 때문에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광양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태인동 주민, 환경단체, 지역 시민단체 등은 ‘무산’을 주장하며 주민설명회를 다시 해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태인동 주민들, “설명회 참석안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지난달 28일 커뮤니티센터 1층 회의실에서는 광양제철소 동호안 확장부지내 페로니켈공장 건설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사업자인 (주)SNNC,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포스코 관계자, 태인동 주민, 남해 군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참석한지 10분을 넘기지 않아 설명회가 파행을 거듭했다. 동영상 설명회도중 김만기 태인동 발전협의회장이 이 설명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태인동 일부 주민들이 김 회장을 설명회장에서 밖으로 쫓아내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태인동 주민들은 “태인동 주민들이 주민설명회를 따로 요청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회장이 참석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며 김 회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양 측이 심한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등 설명회가 처음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배훈 태인동 주민대책위원은 “발전협회장이라는 공식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불참석을 약속한 곳에 나타나는 것은 주민들과 약속을 어긴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민설명회 역시 SNNC가 그동안 지역에서 설명했던 것과 똑같다”며 “SNNC의 홍보자리나 다름없는 곳에 발전협회장이 참석했다는 것은 그들 홍보에 협조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산인가  폐회인가
주민 설명회 파행 운영은 환경영향평가 내용설명이 끝난 후 주민 토론 및 의견제시 과정에서 더욱더 극에 달했다. 화가 난 일부 태인동 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이것은 주민 설명회가 아닌 니켈공장 홍보회나 다름없다”면서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 단상에 올라 설명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결국 주민 설명회는 대부분 방청객들이 떠난 가운데 사실상 무산위기에 처해 사회자의 폐회 선언만 남긴 상황이 되었다.

이날 사회는 경제청 관계자가 진행했다.그러나 사회자의 마지막 발언에서 또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광양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이 설명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산’을 주장하며 사회자 마지막 발언에 무산을 삽입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회자는 ‘무산’이라는 단어 문제를 놓고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경제청 관계자들과 연이어 논의를 벌였으나 단상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둘려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결국 이 발언을 두고 시민단체와 (주)SNNC, 경제청 등이 두 시간에 가까운 신경전을 벌였으나 몸싸움과 함께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사회자가 책임을 지고 소신 발언을 해야 하는데 경제청과 SNNC, 시민단체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민은 “각 단체들이 의견 충돌이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청을 비롯한 SNNC와 시민단체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결국 3개 단체가 의견 충돌과 신경전이 시작된 지 2시간이 넘어서야 사회자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며 사실상 폐회를 선언했다. 

시민단체, “강력 대응하겠다”
사회자의 마지막 발언이 끝나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것을 선언했다. 광양 참여연대ㆍ환경운동연합ㆍYMCAㆍYWCA로 구성된 광양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1일 '니켈제련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즉각 실시하라‘는 발표하고 29일 개최한 경제청과 (주)SNNC의 기만적 행위를 강도높게 규탄했다.

시민협은 “이날 설명회는 그동안 지역 환경단체들이 수차례 요구했던 환경영향평가(초안) 내용에 대해 공유도 준비도 하지 않았다”면서 “얼렁뚱땅 진행된 설명 역시 참석자들이 알아듣고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시민협은 “결국 이 자리는 (주)SNNC와 포스코측이 홍보해왔던 것과 다름없는 자사 홍보에 불과하다”며 이번 설명회를 평가절하 했다.

시민협은 또, “설명회를 주관한 경제청은 설명회가 무산됐음에도 마치 설명회가 개최된 것 처럼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민협은 특히 “참석자들의 무산선언 요구에 대해 경제청이 SNNC측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등 국가기관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협은 “이번 주민설명회가 무산됐음을 분명히 규정한다”며 “(주)SNNC가 주민설명회를 다시 개최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시민협은 또한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경제청의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청, “문제없어”
그러나 시민협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경제청은 이번 주민설명회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병엽 경제청 건축환경과장은 “주민설명회가 절차를 밟아 적법하게 처리해서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니켈공장 건설사업에 대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오는 25일 까지 경제청, 광양시, 여수시, 하동군, 남해군청 등에서 공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이 사업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공람장소에 비치된 주민의견제출서를 작성해 제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주민설명회 재개최에 대해서도 박 과장은 “그것은 사업자 측에서 해야 할 일이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입력 : 2006년 08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