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까막 눈을 뜨게 해 줘 감사해요”
“선생님, 까막 눈을 뜨게 해 줘 감사해요”
  • 이수영
  • 승인 2008.05.15 08:22
  • 호수 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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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 한글교실 어르신들 스승의 날 감사편지 사연
 
한글을 몰라 편지도 읽지 못하고 버스도 물어서 타야하며,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전화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 심봉사가 눈을 뜨듯, 감동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광양시노인복지관 한글교실의 어르신들이다.

백발이 성성하고 몸도 불편한 어르신들이 늦은 나이에도 향학에 대한 열정을 불사른지 어언 3년, 이제는 한글을 몰라 편지도 읽지 못하는 일도, 버스도 물어서 타야하는 것도 옛일이다. 이제는 손자손녀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택배도 직접 부친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아 한글교실 남정옥 강사에게 쇄도한 감동의 감사 편지들을 소개한다.

#1
“나는 일곱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도 못나갔습니다. 너무 가난했습니다. 못배운 것이 한이되었는데 복지관이 생겨 한글 공부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배우게 됐습니다. 얼마나 좋은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복지관에 처음 나갈 때는 부끄러웠어요. 그러나 이제는 괜찮아요. 너무 좋아요. 당당해요. 그리고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 한글교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러나 60살만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중략-
선생님 저는 눈이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앞에 앉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2
버스를 탄 것이 내가 내려야 할 목적지가 아니었다. 내가 한글을 모르는 탓이다. 남들이 학교에 다닐때 나는 못다녔다. 학교 다니는 친구들을 볼때마다 부러웠다. 부모님 원망도 많이 했다.평생 한을 품고 살아왔다. -중략-교회 주일 예배를 나갔을때 성경책 찾아보는 것도 몰라 무한한 충격도 받았습니다. 2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책도 읽고 편지도 쓰고 택배주소 성명이라도 쓸 수 있게 된 것이 선생님의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3
선생님 안녕하세요. 노인복지회관 한글반 학생입니다. 나는 나이 70살이 되도록 한글을 배우지 못하고 이제와서 한글을 배우니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늦게나마 한글을 배우는 것이 재미가 나네요. 이 모든 것이 열심히 가르쳐 주신 우리 선생님의 덕분 인 줄 압니다. 나는 농촌에서 태어나 일평생 농사일에만 종사했는데 노인복지회관 때문에 재미가 나네요. 우리 선생님 고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광양시노인복지회관 한글교실은 지난 2005년 문을 열어 3년 째를 거듭하고 있다.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운영되는 한글교실은 90명의 어르신들이 수강하고 있는데 초급반은 매주 월.화, 중급반은 화·목요일 각각 두차례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광양읍 칠성리에 사는 90대 길음전 할머니가 광양시 노인복지회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글교실에 나가 글을 배운지 2년만에 월간지에 수필을 게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편 한글교실 남정옥 강사는 한글교실 어르신들의 애틋한 사연들을 오는 연말께 한권의 책으로 엮어 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