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빛깔·맛 음미하며 천천히 마셔야 제맛
향내음·빛깔·맛 음미하며 천천히 마셔야 제맛
  • 이수영
  • 승인 2006.10.21 14:30
  • 호수 1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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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茶道)와 차 끓이는 법
6월, 백운산에서 살랑거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온기가 실려 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깨어나는 햇살이 마치 솜털구름처럼 포근하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젖히듯 포효하며 콸콸 흐른다.

어디선가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묵은 장작을 켜켜이 쌓아놓은 뒷간인가, 엊그제 하얀 명주수건으로 곱게 닦아놓은 차솥에서인가, 아니면 옥룡면 석곡의 작은 연못에서인가, 그렇다. 살아 있는 것들이 환희롭게 깨어나는 소리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색.향.미의 3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차를 마시며 심신수양과 함께 풍류를 즐겼다.

조선시대 다도(茶道)의 이론과 실제를 정립.발전시킨 다인(茶人) 초의(草衣)선사(1786~1866)는 ‘동다송’에서 “차잎을 따는 데 그 묘를 다하고, 만드는 데 그 정을 다하고, 물은 진수를 얻고, 끓임에 있어 중정을 얻으면 체와 신이 어울려 건실함과 신령함이 어우러진다”며 차 예찬론을 폈다.

여름차(5월 중순~6월 중순)의 경우
섭씨 70도에서 1분간 우려내면 적당

이처럼 차는 잎따는 시기,물과 불의 선택,우려내는 방법에 따라그 맛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차는입하 전후 5일사이(10일동안)에 따는 차잎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나오는 차나무의 새순이 참새혀처럼 생겼다 해서 작설(雀舌)이라 부르기도 하고 그 아름다움을 일컬어 ‘춘설’ 또는 ‘설록’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차를 맛있게 우리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물맛과 온도.

햇차 첫물의 경우 섭씨 55~60도에서 2분간, 여름차(5월중순~6월중순)의 경우 섭씨 70도에서 1분간, 만물차(7~8월께)의 경우 섭씨 1백도에서 20~30초, 홍차는 섭씨 1백도에서10~15초 우려내면 적당하다.

다인들은 물맛의 우열에 따라 차맛을 평하는데 물은 수돗물보다는 지하수나 석간수가 좋다.

물이 끓으면 일단 유발(물을 식히는 그릇의 일종)에 부어 70~80도 정도로 식힌다음 다관(찻주전자)에도 끓는 물을 조금 부어서 다관과 찻잔을 덥혀 놓는다.

그다음 차잎을 적당하게(보통 1인분에 2g)넣어 차를 우려낸다. 차잎과 물의 양을 조절하는  적당한 기준은 없지만 차잎이 너무 많으면 쓰고 떫으며 물이 너무 많으면 빛과 맛이 엷어 제맛을 느낄 수 없다.

차맛을 제대로 내려면 우리는 시간과도 관계가 있는데 너무 빨리 마시면 차맛이 우러나오지 않으며 오래뒀다가 마시면 떫다.

2~3분 정도 우린다음 각 찻잔에 3회정도 고루 나누어 따르는데 이는 찻물의 농도를 같개하기 위한 것으로 찻물을 완전히 따른후 2,3탕까지 우려마신다.

차를 마실때는 그 향과 색과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즐기는 것이 바로 진정한 다도라고 차애호가들은 말한다.

문훈주씨(옥룡제다원.017-622-9928)는 “우리나라의 다도는 일본과 달리 절차가 까다롭거나 격식이 엄격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차의 향내음이나 빛깔, 맛등을 음미하며 혀로 핥듯이 마시는 것이 차를 제대로 마실 수 있는 법도”라고 설명한다.

찻잔을 들고 조용히 마시면서 향취를 맡고 혀끝을 통해 맛을 감상하다 보면 저절로 자세나 법도가 몸에 배게 마련이라는 것.

문씨는 그러나 불교계에서는 차를 권할 때 왼손에 찻잔을 들고 오른손으로 잔의 바닥을 받쳐 권하고 손님은 오른손으로 잔을 잡고 왼손으로 받쳐 마시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상례가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차에는 타닌산.회분.당질.비타민C 등이 들어 있어 예로부터 머리를 맑게하고 눈.귀를 밝게하며 잠을 고르게 하고 입맛을 좋게해주는 등의 덕(德)이 있다고 알려질만큼 약재로서의 효능이 높다.

이에따라 일본을 비롯한 서구 여러나라에서는 차의 신비를 캐내는 노력이 활발한데 지금까지 알려진 결과에 따르면 차를 하루 10잔이상 마시면 콜레스테롤 치가 내려가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체내에 축적된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을 체외로 배출시켜줄 뿐만 아니라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균에 대한 살균.항균작용과 유방암 간암 피부암 에이즈바이러스억제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기(茶器)
다기(茶器)는 차의 풍미를 높여주는 데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다기만해도 수십가지가 될 정도로 다양했지만 요즘에는 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 갖추는 추세다.
보통 차를 마시는데 필요한 그릇은 탕관(찻물을 끓이는 그릇)과 찻잔, 찻주전자(다관), 찻잔을 받치는 받침, 그리고 물을 식히는 그릇(유발 또는 귀탕기), 차살피(잎차를 떠 낼때 쓰는 수저),다판(찻잔이나 다관 등을 올려 놓는 쟁반),물닦는 행주(다건), 퇴수기(다관이나 잔을 덥힌 물을 버리는 그릇), 다병(끓인 찻물을 담아두어 여러 손님이 부어 마실 수 있는 부리병의 일종), 다상보(다판이나 다과상을 덮는 덥개보)등이다.
가격은 다기의 소재나 제조방법(가스로 구운 것과 장작 가마로 구운 것),만든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보통 5인용 기준의 다시세트의 경우(가스가마)8~10만원선.
 
입력 : 2006년 0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