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한 글씨, 감동 백배”
“삐뚤한 글씨, 감동 백배”
  • 백건
  • 승인 2007.02.14 23:16
  • 호수 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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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관 한글교실
 
“정현완 의원님, 새해에 복 맑이(많이) 반드세요(받으세요). 열어분 게(여러분께) 감사드니다(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글교실 이경선 올님(올림)” 정현완 의원은 최근 광영동에 사는 한 할머니로부터 새해 인사가 담긴 짤막한 엽서 한 장을 받았다.

곳곳에 맞춤법도 틀리고 글자도 삐뚤삐뚤하지만 어느 엽서보다 마음이 푸근해진다는 게 정 의원의 말이다.

정 의원에게 엽서를 보낸 이경선 할머니는 광영동에 있는 전라남도 광양평생교육관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평생교육관 한글 교실은 2005년 6월 개강해 지난달까지 강의를 끝냈으며 오는 20일부터 다시 시작한다. 수강생은 초급 35명, 중급이 42명으로 달마다 2~3명씩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평생교육관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백숙아 교사는 “한글교실을 개강하니 어르신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며 “현재는 교육관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과목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백 교사는 “어르신들이 처음 오셨을 땐 ‘ㄱ자’도 못 따라 써서 헤매셨는데 이제 철자가 틀리고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지만 일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기뻐했다.

한글에 자신감을 가진 어르신들은 지난해 연말 자식들과 친지들, 지역 어르신들에게 손수 연하장을 써 보내 주변으로부터 찡한 감동을 전해줬다는 후문이다.
정현완 의원은 “할머니가 보내주신 짧은 엽서를 받아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르신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항상 간직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어르신들의 공부하는 모습은 가족과 후배들에게도 귀감을 가져다준다”면서 “글을 완벽히 배워서 책도 읽고 편지도 쓰는 날이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백숙아 교사는 “한글 교실이 우리 시 전역에 확대, 비문해자가 없는 도시로 성장했으면 한다”면서 “앞으로 어르신들에게 한자와 영어도 가르쳐 드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백 교사는 “이번 교육에는 산수를 겸해서 가르쳐 은행업무나 가벼운 산수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할 예정이다”면서 “앞으로 2년 정도만 더 가르치면 한글을 비롯, 산수, 영어, 한자 등을 기본적으로 숙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