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박항서 감독, 부상선수로 ‘냉가슴’
[관전평]박항서 감독, 부상선수로 ‘냉가슴’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29 09:42
  • 호수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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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용광로와 극단적인 축구의 대구’
양 감독이 추구하는 전략과 전술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리란 예상대로 관중들의 기대에 부응한 경기를 펼쳤다. 창과 창이 부딪힌 맞대결은 결국 대포와 소총수의 대결이었다. 축구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 펠레 스코어인 3-2의 경기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전남팬으로선 가장 재미없는 축구가 되었다. K리그 전반기 11라운드까지 펠레스코어는 6경기, 그중에 대구 F.C는 무려 4경기 수원삼성에게만 2-3으로 패했을 뿐 나머지 3경기는 고스란히 승점 3점을 챙기며 최고의 경기를 선보였다. 
11라운드까지 득점 24, 실점 28, 전남전 포함 5승6패 승점 15점으로 전체 순위는 7위인 대구는 K리그 14개 팀 중 유일하게 무승부가 없다. 이렇게 극단적인 결과가 말해주듯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는 재미있는 팀이다.

변병주 감독은 “수비수가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공격력을 강화한다”고 말하고, 박항서 감독은 “팬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수비수 자원을 결코 많이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공격 축구로 승부를 보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25일 순천팔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 11라운드 경기에서 전남은 대구F.C에게 2-3 역전패를 당했다. 올 시즌 앞서고 있다가 역전패 4번, 무승부 3번 지독히도 안 풀린다.

11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서 패하면서 2승3무의 홈구장 안방불패의 신화도 함께 막을 내렸다. 광양만 벗어나면 약해지는 전남이다. 전남은 순천에서 열린 경기에서 홈경기장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1만5천여 명이 관중이 운집했지만 전남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지 못했다. 경기 시작 전에 만난 박항서 감독은 “경기력 손실이 없다면 팬들이 있는 곳으로 어디든지 가겠다”고 말했지만 조명시설이 없어 뜨거운 햇볕 아래 치룬 경기는 부담스러웠다.

드리블과 패스를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라운드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걱정스러운 부분은 선수들의 체력문제, 부상 선수가 많고 10라운드 전북전에서 장대비속에 경기를 치렀던 전남으로선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시작과 더불어 전남은 우려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대구의 총알축구의 대명사 이근호, 장남석, 에닝요의 무차별 공격에 수비라인 쉽게 허물어졌다. 전반전 슈팅수 4-11로 대구의 집중 포화를 온몸으로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반면 전남의 시몬, 슈바, 고기구의 공격력은 무딘 창끝처럼 예리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한 팀은 팬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중위권에 안착했고, 또 다른 팀은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없는 최하권인 1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무엇이 박항서 감독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만들까? 그는 “동계훈련에서 득점의 빈곤을 걱정했는데, 시즌 시작과 함께 실점의 공백이 컸다”며 쉽게 무너지는 수비라인에 묘책을 찾지 못한 것을 곱씹었다.
전남은 시즌 시작과 더불어 든든한 수비수 곽태휘의 부상으로 수비의 주춧돌이 무너지면서 큰 걱정거리를 떠안았다.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곽태휘는 올 시즌 개막경기 포항전에 나섰다가 경기도중 실려 나왔다.

그 후 두 달 간 재활을 했지만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결국 독일에서 인대 봉합수술과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무리 빨라도 3개월의 재활기간은 거쳐야 경기장에 나설 수 있다.
여기에 빠른 발로 상대 수비 진영을 휘젓던 용병 산드로 히로시는 개점 휴업상태다. 아시안 챔피언스리그 호주 멜버른과의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산드로는 자국인 브라질에서 수술을 받기를 원하고, 구단은 재활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이미 몸은 브라질에 있다. 거금을 들인 선수가 제 몫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박 감독으로선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다.

대구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감한 전남은 다음달 28일 무패신화의 무적함대 수원삼성과 홈경기를 펼친다. 4주간의 공백 기간 동안 전체적인 재점검과 함께 인적자원 보강도 검토 중인 박 감독이 후반기 어떤 카드를 구상해서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