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밭은 만들어져 가고
야생화밭은 만들어져 가고
  • 가남농원 김승희,황규원 부부
  • 승인 2008.12.11 11:06
  • 호수 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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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시작되면서  매실수확철이 다가왔다. 이때는 온 동네가 매실에만 신경을 써야하는 때라서  야생화밭은 뒷전이엇다. 오직 매실판매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야생화 밭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욱이 매실은 인터넷 판매를 주로 하다보니 이미 70%가 예약이 된 상태라 급하게 딸 필요가 없어 다른 집과는 달리 우리는  한 달 동안만 작업을 하면 된다.

그러나 매일 그날 그날에 필요한 양만 따서 예약된 고객에게 배송을 하는 관계로 하루도 쉴 틈이 없을 정도가 되다보니 너무 힘이 들어 다른 것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야생화 밭은 풀인지 꽃인지 전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마침내 매실수확을 끝내고 야생화 밭의 풀을 손질할려고 보니 꽃은 아예 풀속에 숨어 보이지도 않을 정도여서 눈만뜨면 풀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급기야 어느 날은 그저 땅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을 때가 부지기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은 함께 풀을 제거하자며 독려해 줬다. 그럴때 당시 지나가는 차량들은 이상하리 만큼 우리집을 지나면서 서행을 한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잘나가던 남편이 쭈구려 앉아 마누라랑 풀 매는 모습이란 아는 사람들 눈엔  도저히 상상이 가지않았던 모양이다. 이윽고 우리는 매일같이 조금씩 풀을 베거해 나갔다.
일이라고는 두사람 다 초보 수준에 그냥 풀을 뜯는 수준이었는지 며칠을 작업을 해도 풀은 그대로 인것 같았다.

끝없는 풀과의 전쟁은 이렇게 두사람을 다 지치게 만들었다.
끝없이 올라오는 풀을 어찌할 수 없어 나중에는 아예 동네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청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일주일 간격으로 한달 동안 3명의 아줌마들이 풀을 제거하고 나서야 야생화밭은 이제 그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야생화 식재 또한 심을려고 심은것도 아니었고 그냥 재미있어 자꾸 밭을 확장해 나간 것일뿐인데 하루 이틀 심다보니 아름다운 농원을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무엇이든지 겁 없는 아줌마로 변해갔다. 그저 마음 먹은대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자고나면 성을 하나씩 쌓아 아예 모래땅을 천지개벽이 일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후 야생화 밭은 점차 커져가면서 규모를 갖춰 꽃들도 점점 가지수가 많아져갔다. 내 눈에 보이는 우리집에 없는 꽃은 다 사다 심다보니 이제는 더 심을 땅도 부족할 정도였다.
이렇게 꽃과의 인연을 맺게되면서 내 인생에 새로운 목표를 설립하게되었는데 바로 매실농원과 야생화를 접목시켜 아름다운 농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그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