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설계하고 미래 이력서를 작성해보자
꿈을 설계하고 미래 이력서를 작성해보자
  • 정기식 중마고등학교 교장
  • 승인 2008.12.18 09:15
  • 호수 2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수능이 끝난 이맘때쯤 고3 교실에서 화투를 치다 싸움이 나서 한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아직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며칠 전 모 신문의 “인터넷 폭력영화로 시간 때우는 중3 교실”이라는 주제의 사설에서는 서울 지역 특목고 입시에서 금년부터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까지 반영하면서 입시 일정에 맞추느라 각 중학교가 지난달 중순 기말고사를 앞당겨 치른 뒤 학생·교사 모두 교과서를 놓아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설에서는 겨울방학 때까지 한 달여의 수업 공백 상태가 되고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자율학습을 이유로 교실에 들어오지도 않고 학생들은 이 시간에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폭력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우기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목고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이런 것을 볼 때 교육제도 하나를 개정할 때는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도교육청이나 각 급 학교에서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수립하여 대처하고 있다. 도교육청에서는 수능과 고입 시험 후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강조하고 각 급 학교에서는 학교 나름대로 유명강사를 초청해서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좌를 마련하여 운영하기도 하고 대학에서는 이 시기를 활용하여 입시 또는 입학설명회를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입시 설명회나 입학설명회는 관심 있는 소수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게 운영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관심 밖에 있으며 학교에서 마련한 유명강사의 특강에도 학생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중학교에서는 3학년 2학기말 시험, 고등학교에서는 대입 수능이 종료되고 나면 정상적인 정규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워지고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별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중3 기말고사를 마치고 고등학교 입학식까지와 고3에서 대학진학이 결정되고 대학 입학식까지의 2~3개월이라는 기간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었고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요즈음 학생들이라고 해도 여유롭고 자기만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좋은 시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두 가지로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한 가지 부류는 이 기간을 최대한 자기 인생의 보충기간으로 활용하는 학생들이고, 또 한 가지 부류는 자기 멋대로 또는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그렇게 시간만을 낭비하는 학생들이다.

2009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전과목 만점을 획득한 서울 환일고등학교 박창희 군의 인터뷰 내용 중 ‘중3 겨울방학 때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국어·영어·수학부터 공부한 게 시작이었다.’라고 말한 것은 전자의 경우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현 중3 학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에서 인용한 사설에서 지적하고 있는 학생들의 실태는 후자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후자 학생들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방법들이 있으련만 그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것이지만 몇 가지 할 일을 권한다면 상급학교에 가서 필요한 일을 준비 했으면 좋겠다.
중3은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학습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국·영·수 교과의 학력을 다지는 일을, 대학에 진학하는 고3에게는 토익, 토플 등의 학습으로 세계화에 대비한 언어소통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상급학교에 맞는 필독도서의 독서를 권하고 셋째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있는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체험해 보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권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의 꿈을 설계하고 미래 이력서를 작성해 보았으면 한다. 박지성 선수가 이미 초등학교 4학년 때 국가대표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해 왔기 때문에 목표치인 국가대표선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꿈 너머 꿈인 세계적인 프로선수가 된 것이 아닌가.
우리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 목표가 분명하다면 중3, 고3 교실의 어려운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