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하우스와식품가공 공장
야생화 하우스와식품가공 공장
  • 가남농원 김승희.황규원 부부
  • 승인 2008.12.18 09:26
  • 호수 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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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은 참으로 무더웠다. 그런데도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 작업을하고 있었으니 누가 보아도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땅에서 꽃을 떼어 내어 나무 그늘에 앉아 매일같이 시간만 나면 포트작업을 했다. 당시는 너무 재미있어 신바람 그 자체였다. 그렇게 더운 여름에 심은 꽃들은 정성이었는지 하나도 죽지 않아 집주변은 모두 꽃으로 둘러  쌓여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오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무얼할려고 그러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을이 오면서 꽃들은 생기를 찾기 시작했는데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그런데 아뿔사 추위를 피할 거쳐가 없어 포트의 꽃들이 다 얼어 죽을지경에 처했다.
마음이 조금해졌다. 겨울을 이겨 낼려면 하우스를 짓지 않고는  안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는 하우스도 지어야하고 식품가공공장도 지어야 하는 등 그 많은 일들을 해 나갈려고 하니 경제적인 것은 물론,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이 들었다.

꽃이 다 얼어 죽기전에 하우스가 빨리 지어져야 하는데 아침에 눈만 뜨면 제일먼저 꽃들을 관찰하였고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지를 알았다. 야생화가 비록 풀이지만 얼어죽는 것 같아도 뿌리는 얼지 않았던 것이다.
이윽고 야생화하우스는 12월 중순에 다 지어졌고 매실가공공장도 거의 동시에 완공을 하였다. 그제서야 야생화를 일단 하우스안에다 다 들여놓고 하우스안 조경은 천천히 해나갈려고 계획을 세우는 등 그해 겨울도 하루도 쉴 틈이없었다.
삭막한 모래사장에 하우스가 들어서고 무엇인지는ㄴ 모르지만 공장 건물이 우뚝 들어서니 지나는 동네사람들마다 이상하게 생각하였고 도대체 무엇을 할려고 저러고 있는지를 그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어느 날은 잔디을 심다 어느 날은 조경 감독에다 매일같이 조금씩 해 나가는 일이 한 달이 지나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당시 그 성취감이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내 인생에 있어 그토록 많은 일을 하면서 겨울을 보낸 적이 없었다.
하루해가 짧기도 했지만 추위도 잊은 채 일을 할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감히 여자가 할수있는일이 아니였다.

작업복을 벗고 나가면 니가 무슨일을 해 그러면서 지금도 일하는 아줌마로 보는 사람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했고 차나 대접하고 고상한척 공주병에 걸린 여자로 취급해주어 일을해서  힘이든다는 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도 일이라고 힘들다고 그러느냐고.....
고추를 따고 매실을 따는 것은 노동이고 야생화를 키우고 풀을 맺는 일은 노동으로 보아주지를 않았다.
다 자기네들이 하는 일은 일이고 내가 하는 일은 다르게 평가하는 것이 시골정서가 그런한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