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4조2교대 전환 ‘내부 반발’
광양제철소 4조2교대 전환 ‘내부 반발’
  • 최인철
  • 승인 2010.02.11 10:05
  • 호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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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제철 “직원 동의 없이 시행 안해”

포스코가 현행 4조3교대 근무형태를 4조2교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직원들의 반발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져 시행에 암초가 될 전망이다. 4조2교대제가 되면 휴무일이 연간 약 87일 늘어나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포스코는 4조2교대를 처음 실시한 삼정피앤에이를 견학하는 등 추진의사를 밝혀왔다.

최근에는 4조2교대 시행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근무형태 변화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현장 근로자도 ‘지식 근로자’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고 의견이 조율되는 대로 4조2교대가 가능한 작업장부터 적용할 것이라는 게 포스코 내부 입장이다.

4조2교대는 4개 근무조를 나눠 2개조가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고 나머지 2개조는 하루를 쉬는 식이다. 현행 4개 근무조가 8시간씩 3교대로 돌아가는 방식과 상당히 다르다. 4조2교대를 하면 연간 근무시간은 1920시간으로 같지만 연간 휴무일이 현재 103일에서 약 190일로 늘어난다.

그러나 생산직 직원들을 필두로 이 같은 4조2교대 시행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조2교대가 시행되면 휴무일이 늘기는 하지만 2개조가 맞교대 형식으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난다는 게 가장 큰 불만요소다. 특히 휴무일에도 교육연수 등이 계획돼 있음에 따라 경영진이 근무형태 변환을 서둘러 추진하는 배경에 의아해 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직원 A 씨는 “현재도 생산직 직원들은 8시간 근무가 상당히 벅차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으로 늘 경우 직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할 것”이라며 “많은 직원들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휴무일도 교육일정으로 상당부분 채워질 것이 뻔해 사실상 근무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소지가 크다”며 “결국 직원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근무형태”라고 말했다.
경영진이 4조2교대를 꺼내는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비록 유예되기는 했지만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늘리고 교육을 강화해 이에 대비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직원 B 씨는 “12시간씩 일하다 보면 결국 직원들 끼리 모이는 시간이 줄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 교육형태도 노사관계에 대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결국 복수노조 시대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회사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논의가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시여부나 시기 등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4조2교대 시행의 근본적인 목적은 직원들에게 보다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해 지식근로자를 양성하는데 있다. 휴무일이 늘어나 여가시간 활용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직원들이 반발하면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현재는 노경협의회를 통해 협의 중이며 하게 되더라도 사전준비를 많이 해 직원들의 의견을 묻고 몇 개 공장을 시범실시 한 뒤 공청회 등 절차를 밟아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복수노조 대비책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광양제철소 6천여 명의 직원 가운데 교대 근무자는 3분의 1 수준인 2500여 명이다.